법원, 댓글조작 공모 판단
킹크랩 개발 승인 내지 동의
시연도 보고 댓글조작 인지
댓글 단 기사목록 전송 받아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공모했다고 1심에서 판단했다. 법원이 이날 실형을 선고한 것은 드루킹 일당의 온라인 여론 조작활동이 심각한 범죄인데, 김 지사가 여기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공모가 인정된 데에는 특검이 제시한 텔레그램 메시지 등 각종 물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의심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물증의 뒷받침이 있는 만큼 유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의 선고 공판에서 “김씨가 김 지사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후 개발의 승인 내지는 동의를 받고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1년 11월9일 저녁 관련한 프로그램의 접속 내역 등을 비교해보면 당시 킹크랩이 구동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당시에 제공된 자료의 내용 등을 토대로 “드루킹으로부터 ‘온라인 여론에 대처하려면 킹크랩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브리핑을 듣고 시연을 봤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드루킹 일당의 진술 중 일부가 허위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긴 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들마저 배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일당이 실제로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댓글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김 지사가 알고 있었느냐는 쟁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각종 물증을 토대로 ‘그렇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 사이에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이 중요한 근거가 됐다.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내용을 뜯어본 재판부는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드루킹이 수작업만이 아닌 킹크랩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정보보고’가 김 지사가 처음 산채를 방문한 직후부터 작성되기 시작했고, 실제 내용과 문체도 김 지사에게 보고하는 부분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 내용에도 킹크랩의 개발 및 운영 상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김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제때 확인하지도 않는데 1년6개월 동안 매일 수백건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전송했다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지사는 매일 목록을 확인했거나, 적어도 하루에 어느 정도 댓글작업이 이뤄지는지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 목록을 주기적으로 전송받고 확인함으로써 드루킹의 범행을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와 같은 판단 내용을 토대로 “드루킹 김씨가 피고인의 승인 내지 동의를 받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범으로서의 책임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킹크랩 개발 이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협력관계를 지속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승인하고 계속하게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며 공범이라 판단했다. 아울러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 역시 사실로 인정하며 “이는 범행의 결정적 동기나 유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로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 전반을 지배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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