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다리)

강물처럼 흘러간 아름다운 첫사랑, 아름다운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첫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도,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도 모두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늙고 고독한 ‘나’만 남긴 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만 간다.

우리 몸은 어떤 세포가 언제 재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정교한 조절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딱 맞는 수의 새로운 세포들이 적절한 속도로 끊임없이 분열을 통해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몸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1961년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은 정상적인 인간세포가 유한한 횟수만큼 분열한 뒤 멈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할 수 없을 때 신체조직은 늙기 시작한다.

세포분열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텔로미어(telomere)’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붙어있는 DNA조각으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짧아진다. 세월이 갈수록 세포분열의 총 횟수는 늘어나기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이와 같은 사실을 밝힌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분열을 멈춘 세포는 늙기 시작하여 동맥은 굳어지고 면역기능은 저하된다. 생로병사의 생물학적 이치다.

최근 연구의 결과들은 놀랍게도 텔로미어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길어지면 세포분열이 가능해진다. 즉 회춘(回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실험에서도 밝혀진 바다. 텔로미어 연구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켈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인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은 마음의 습관과 신체 습관을 바꿈으로써 짧아진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건강에 좋은 습관이 회춘(回春)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반면 ‘관련된 제품의 섭취는 과도한 세포분열로 암의 발생이 증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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