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행 중단·6개월뒤 탈퇴" 선언…유럽 "미러 협상해 조약 폐기 막아야"

▲ 미국-러시아 양국 INF 위배 비판 (PG)[연합뉴스제공]

[경상일보 = 연합뉴스 ] 미국이 러시아와 1987년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이행을 중단하고 6개월 뒤 탈퇴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혀 양국 간 군비경쟁 종식의 토대가 된 조약이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

    이에 따라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 냉전 시대의 미사일 개발과 군비 확장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며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INF 조약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시킨 것으로,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첫 결실로 평가받았다.

    사거리 500∼1천㎞의 단거리와 1천∼5천500㎞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뼈대다.

    사거리 500∼5천500㎞인 핵 및 재래식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배치를 금지함으로써 특히 유럽에서 미사일 위협을 제거해 냉전 종식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2017년 초 9M729 순항미사일(사거리 2천∼5천㎞)을 실전 배치한 것이 INF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 미사일이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로 유럽 국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측 위반을 이유로 INF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12월 4일 러시아가 INF를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협정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한이 올해 2월 2일까지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80㎞여서 INF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체적으로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탈퇴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국은 미국이 통보한 시한 목전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INF 존속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미국이 INF 탈퇴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러시아 측과 다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조약의 무력화가 불가피해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 미사일을 겨냥한 신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러시아도 기존 미사일의 성능 개량에 나설 경우 신무기 개발 경쟁이 촉발된다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중국이 INF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다수의 미사일을 개발해 아시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이 중단 선언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INF가 무력화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수석 대변인은 31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협정이 없는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전문가들도 최근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협정 위반은 중대한 문제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의 INF 탈퇴는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파국을 막고 향후 6개월 안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토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INF 탈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뒤 러시아에 미국이 완전히 INF를 탈퇴하는 향후 6개월 안에 INF를 충실히 이행해 조약 폐기를 막을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특히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핵무기 경쟁이 촉발될 것을 우려하면서 향후 6개월이 INF 조약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핵전쟁의 먹구름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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