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 장관 "레저용 요트로 등록돼 인명구조 활동 불가능"
독일 난민구호단체 "정치적 의도" 반발

▲ 독일 난민구조단체가 운영하는 '씨 워치3'가 31일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항에 입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유럽 각국의 수용 거부 속에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 47명을 태우고 2주 가까이 바다를 맴돌았던 독일 비정부기구(NGO)의 난민 구조선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사실상 억류됐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항에 입항한 독일 NGO의 난민구조선 '씨 워치3'에 대한 다양한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안전과 해양 환경과 관련한 일련의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이어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해당 선박은 카타니아 항구를 떠날 수 없다"며 현재 이 선박이 등록된 국가인 네덜란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안경비대의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다닐로 토니넬리 장관은 이 배는 네덜란드에서 레저용 요트로 등록됐기 때문에 인명구조 활동에 이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민간 난민구조 단체인 '씨 워치'가 운영하는 이 난민구조선은 지난 19일 리비아 북부 연안에서 조난한 난민들의 목숨을 구했으나, 유럽 어느 나라도 이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손을 내밀지 않음에 따라 2주 가까이 난민들을 태우고 바다를 떠돌았다.

    이탈리아 당국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 7개국이 이들 난민의 분산 수용에 합의한 직후에야 풍랑을 피해 시칠리아 섬 남동부 시라쿠사 항 근해에 정박 중이던 이 배의 입항을 허가했다.

    작년 6월 취임한 이래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금지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의 선봉에 선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씨 워치3'의 승무원들을 조사할 것을 사법 당국에 촉구해왔다.

    이탈리아 당국의 억류에 따라 당초 간단한 선박 수리와 승선원 교체를 마친 뒤 바로 또 다른 난민구조를 위해 리비아 인근 해역으로 복귀하려던 '씨 워치3'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씨 워치'의 루벤 노이게바우어 대변인은 이번 일에 대해 "우리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커다란 정치적인 압력이 존재한다"며 "이번 조치는 지중해 난민구조 단체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조직적인 대응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지중해에 남은 마지막 민간 난민구조선마저 활동을 못하게 하려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중해에서 위기에 빠진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던 10여 척의 민간 난민구조선은 이탈리아와 몰타 등 지중해 연안국들이 이들 NGO가 난민 밀입국업자와 결탁한 채 불법 난민들을 무분별하게 실어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속의 고삐를 강화하자 '씨 워치'를 제외하고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2014년 이래 65만 명에 달하는 난민과 이주자들이 지중해를 건너 쏟아져 들어왔으나, 작년 6월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 이후 난민선을 봉쇄한 이후에는 난민 행렬이 뜸해진 상태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과 이주자는 약 200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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