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되는 자연 속 살아가는 곰의 삶 조명

▲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MBC 제공=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곰은 인간에게 친숙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동물이다.

    대중문화에서 곰은 '곰돌이 푸'나 테디베어처럼 마냥 귀여운 동물이다. 굼뜨고 미련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게 마냥 밉지만은 않을 때 '곰 같다'는 표현을 쓴다. 우리나라에선 단군신화 때문에 유독 친숙하게 느껴진다.

    한편 곰은 생태계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최강 포식자이기도 하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를 보면, 야생 회색곰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만신창이가 되도록 공격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이 곰의 공격성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이 담아내는 곰은 친숙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새끼 반달곰이 아장아장 걷거나 불곰이 포효하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다큐가 결국 강조하는 것은 파괴되는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곰들이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1부 '곰의 땅'은 다소 충격적인 장면으로 3부작(프롤로그·에필로그 포함 총 5부)의 문을 열었다. 연출을 맡은 김진만 PD는 앞발이 없는 지리산 올무곰의 삶에 카메라를 가져다 댄다. 이 올무곰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올무에 오랜 시간 묶여있어 앞발을 절단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곰이다.

    몸이 성치 않은데도 올무곰이 새끼 곰들에게 벌꿀을 먹이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 그렇게 충분히 자란 새끼들이 조심조심 나무 둥지에서 내려와 난생처음 땅에 발을 딛는 모습 등을 보면 입가엔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향한 인간의 잔인함엔 치를 떨게 된다.

    '곰'은 자연 다큐멘터리답게 천혜의 절경을 풍부히 담는다. 1부에서 러시아 캄차카 호수의 불곰이 호수로 뛰어들어 연어를 덮치는 모습을 부감(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촬영)으로 찍은 장면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안겨준다.

    멀리 보이는 해안선과 붉은 노을을 뒤로 하고 어미 북극곰과 새끼 2마리가 북극에서 뛰노는 광경은 마치 곰이 주인공인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MBC 제공=연합뉴스]
 

    프롤로그를 통해 이후 공개될 내용을 유추해보자면, 다큐는 인간과 곰의 공존을 다룰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잘 나타내는 에피소드는 지리산에서 직선거리로 80㎞나 떨어진 수도산으로 '탈출'한 일명 '빠삐용 곰'(반달가슴곰 KM-53)이다.

    KM-53은 결국 포획돼 수도산에서 지리산으로 옮겨졌지만 곰은 자기가 갔던 길을 기억해내고 다시 수도산으로 향했다. 곰은 2차 포획돼 또다시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3번째로 수도산으로 향하던 중 버스에 치여 사고를 당하고 만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반달가슴곰의 '이동의 자유'를 주장했고, 현재 KM-53 서식지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중단된 상태다. 다큐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툰드라의 주인은 곰'이라고 주장하는 툰드라 유목민 네네츠족의 삶을 보여준다.

    "판다를 보호하는 것은 판다 종 하나만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생태환경의 좋고 나쁨이 판다를 통해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최종목표는 대자연이다"라고 말하는 판다 보호 연구원의 태도에서는 어딘가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MBC 제공=연합뉴스]


    다큐멘터리 '곰'은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연출했던 김진만 PD의 작품이다. 생생한 곰을 렌즈에 담기 위한 제작진의 고생은 눈물겹다.

    판다를 가까이 찍기 위해 판다 대소변을 묻힌 옷과 탈을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김진만 PD는 "아마존보다 훨씬 험하다"고 말한다. 촬영팀은 불곰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만, 막상 곰이 너무 가까이 오면 겁에 질려 목 뒤 근육이 돌처럼 딱딱해지고 만다. '목숨 걸고 찍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촬영 기간 2년, 이동 거리 9만㎞, 촬영 분량 300TB에 달하는 '곰'은 국내 자연 다큐멘터리 최초로 HDR(High Dynamic Range)로 제작됐다. 실제 색감에 유사하도록 색의 범위를 확장했기 때문에 광활한 대자연을 보다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다.

    2부 '왕의 몰락'은 오는 4일, 3부 '공존의 꿈'은 11일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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