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최현배·오영수등
역사적 가치있는 울산 인물들
영화 통해 재조명 작업 나서야

▲ 홍종오 영화감독

관객 28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말모이’는 과거 일제강점기 조선어 편찬을 위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조선말을 수집하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한글을 지키는 과정에서 탄압받은 조선어학회 사건(실화)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재구성한 영화다.

영화 ‘말모이’는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광복’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영화계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탄생됐다. 이 영화는 CJ E&M이 주최한 영화 프로젝트 공모전의 대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1000만 관객 영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엄유나 감독의 데뷔작으로 완성되었다.

영화 속 말모이 작전은 1929년 민족말살정책을 자행한 일제에 대항하여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모인 한글학자 108명이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비밀리에 시작한 작전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초등·중학생 500명을 비롯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일제의 눈을 피해 각지의 방언을 수집하였고, 그 결과 최초 우리말 사전인 ‘말모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비밀리에 진행됐던 말모이 작전은 1942년 일제에 발각되어 말모이 작전을 이끌던 최현배 선생을 비롯한 한글 학자 33인이 검거되며 실패로 끝나는 듯하였으나 1945년 9월8일 경성역(서울역) 창고 한 구석에서 총 2600쪽 분량의 말모이 작전 자료들이 발견되고 이를 바탕으로 1947년 한글날에 ‘조선말 큰 사전 제1책’을 출간을 시작으로 1957년 한글날 마지막 제6책을 간행하여 큰사전의 편찬사업을 마친다.

우리 민족은 기록에 관한 한 세계적이다.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등재를 시작으로 2017년 ‘국채보상운동기록물’까지 총 16건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따돌린 첫 번째이고, 세계에서도 다섯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 세월의 때가 묻은 이들 기록물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오늘날 그 가치를 떨치는 데는 올바른 역사 기록을 목숨처럼 여겼던 선조들의 기록정신이 대대로 내려온 덕분이다.

2019년은 3.1운동과 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이런 뜻깊은 해에 울산에도 역사적으로 기록하거나 재조명되어야 하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와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 그리고 단편소설 작가 오영수 선생 등이 대표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하고 홍보할 대표적인 영상 자료가 없다.

최근, 영화를 통해 의인들이 재조명되는 경우가 있다. 예로 영화 ‘말모이’를 통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저항도 볼 수 있었고 영화 ‘밀정’의 김원봉과 영화 ‘동주’의 시인 송몽규가 대표적이며 오는 2월 개봉 예정인 ‘항거’의 유관순 등이 있다.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을 전면에 세워 그 주변 인물들을 부각시켜 그 인물의 역사적 가치를 영화를 통해 기록으로 재조명하는 것이다. 말모이의 배경인 조선어학회는 울산 출신 최현배 선생의 주도로 설립된 단체지만 영화에서 그 부분이 직접 언급되지 않는 건 정보와 관심, 예산 부족 탓일 수도 있다.

울산도 이제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더불어 울산국제영화제(가칭) 준비를 위한 전담 부서도 생겼다.

영화는 대중예술로서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그 파급력을 이어갈 영화도시 울산을 위해서는 천혜의 촬영 조건을 가진 지역에서 많은 영화와 영상물들이 촬영되어야 하며 그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영상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

울산을 제외한 전국에 12개의 영상위원회가 있다. 지역 영상위원회의 역할은 국내외 영화 영상물 촬영·유치·지원 사업과 지역 특화 영상콘텐츠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영상인재 육성, 지역 홍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역사의 기록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위해 울산 시민들과 함께 지금부터 ‘말모이 작전 울산 편’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현재는 선조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미래는 후손들의 기록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홍종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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