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은 울산 뿐 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장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공식적으로 연구 용역을 해보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사적으로는 주변에 의견도 구하고,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3대 주력산업의 성장정체기를 맞은 울산의 자치단체들은 그 갈증이 심하다. 단체장 모두가 정당도 바뀌고 초선인 까닭에 성과를 내고자 하는 열의까지 더해져 새로운 시도가 쏟아지고 있다.

왕성한 의욕이나 새로운 시도가 나쁠 것은 없지만, 문제는 충분한 검증과 숙성의 과정 없이 날 것 그대로 공론의 도마 위에 올려지거나 연구용역에 맡겨진다는 것이다. SNS를 통한 공론화든 전문가의 연구용역이든 그에 앞서 반드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그로 인한 영향력을 먼저 검토하는 엄중함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로 인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설사 예산과 행정력이 수반되지 않는 제안이라 하더라도 자칫 행정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잃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설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김진규 남구청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조선소의 거대한 도크를 고래 30마리 이상이 헤엄치는 고래생태체험관을 만들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고래사파리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해야 한다”는 제안을 올렸다. 스스로 ‘이런 황당한 상상력?­고래 사파리’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듯 공공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직 구청장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당황스럽다. 경영진이든 근로자든 그들에게는 경영과 근로의 목표가 있고 울산시민들에게도 세계 1위 조선소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데 그리 쉽게 무시해도 될 일인가. 더구나 지금은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시점이다. 게다가 고래체험장이 반환경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고래관광’에 대한 구청장의 관점도 새삼 궁금하다.

앞서 지난달 10일엔 이선호 울주군수는 “영남알프스에 ‘호랑이 생태원’을 조성하겠다”며 “이미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인근에 가상현실 적용 동물원을 우선 조성하고 2022년까지는 동물복지와 친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호랑이 생태원을 조성해 두 시설을 연계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동물복지와 친환경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관광이 가능하긴 한지,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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