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와 미래에 대한 욕망으로 탄생한
자율주행차의 유토피아 실현 머잖아
울산이 상용화 위한 첨단지역 돼야

▲ 김광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어린 시절, 마을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코흘리개들은 차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배기가스 냄새도 좋아라고 맡았다. 당시 차는 지프차 아니면 제무실(GMC)이었다. 울산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생기고 또 벌이가 많아지면서 지금 장년이 된 친구들은 당시의 차보다 튼튼하고 폼나는 차를 한 대 씩 가지고 있다.

승용차의 대중적 보급에는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공이 컸다. 당시 승용차는 값이 비싸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포드는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들도 승용차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결과가 1908년 모델 T의 탄생이다. 이 모델은 총 1574만대가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이로써 1가구 1자동차 시대가 도래하였다.

편리한 물건, 혹은 새로운 상품은 누구나 갖고 싶은 욕망을 품는다. 그리고 욕망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번져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가 쓴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말하는 건 짐승의 욕망, 단지 욕망에 지나지 않아. 이 구역을 덜컹거리며 굴러다니는 저 낡아 빠진 전차의 이름이야. 오래된 좁은 골목을 올라왔다가 다시 다른 골목으로 내려가는….”

욕망과 함께 인간은 살아간다. 욕망은 가족을 만들고, 집을 짓고, 산업을 일으키고 마침내 문명을 꽃피운다. 그러므로 각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들은 고차원적인 욕망으로 눈을 돌린다. 경제적이고 내구성이 좋은 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굳이 전기차나 수소차에 관심을 보인다. 정부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의 생산과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감세를 하고 보조금을 준다. 자신의 욕망을 좀 더 그럴듯하게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욕망이 사회·지구적 요청에 부합하도록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선호하는 것이다.

산업과 환경보호의 조화는 그간 초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정책에도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증가로 인한 지구기온 상승을 무척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산업구조를 여기에 대응하여 개편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일부 유럽 자동차 제조사는 가까운 미래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선언하였다. 수소·전기차는 욕망의 발전·고양된 형태이다.

자율주행차는 아마 욕망의 완성판일 것이다. 마차와 전차를 넘어서, 승용차와 전기차를 뒤로하고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옛말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했는데 바로 이 오래된 욕망이 실현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에 운전기사가 장착된 마법의 이동수단이다. 운전대로부터 해방된,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사람들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영화를 보고,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동수단과 주거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출근시간과 근무시간이 구별되지 않는 유토피아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위대하도다, 욕망이여.

그런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와 시험 여건이 국내에서는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상지인 울산이 자율주행차의 시험과 상용화를 위한 첨단지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산업수도 울산의 도약대가 여기, 오래된 욕망 안에 있다.

김광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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