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랐다. α의 또다른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액수도 100억원대를 넘는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정치권으로 유입된 돈의 규모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조차 쉽지않다.

 그동안 선거철마다 재계의 각종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를 고리로 한 정경유착 커넥션이 모든 비리의 온상이 돼왔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짐작해온 바이지만 이번의 경우 비자금 규모면에서도 가이 메가톤급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권노갑씨가 현대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여러 후보의 총선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고, 권씨 말고도 정치인 3~4명이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권씨가 비자금의 규모나 용처를 숨김없이 진술해야 윤곽이 잡히겠지만, 권씨는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일부 정치권 인사에게는 현대측이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규모의 자금을 어떻게 단순한 정치자금이라고 하겠는가.

 현대비자금 사건의 또다른 문제는 힘들게 대북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아챙길 수 있었던 정치권 인사들의 도덕성에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불법 정치자금까지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주는 너그러운 법에 익숙한 나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돈"을 받는데 거리낌이 없다. 한나라당 인사가 전국구 후보공천을 둘러싸고 수억원을 받았다는 고소사건도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에 기인한다.

 우리는 이런 관행을 뿌리뽑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의 시작이라고 본다.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현대비자금 사건에 분노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우선 대북송금 특검에서 처음 드러난 현대비자금의 전체 규모와 사용처를 밝혀내야 한다. 현대측이 만든 비자금이 모두 얼마이고,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또 정치권에 유입된 자금이 어떤 정치인들에게 갔는지 성역없이 밝혀야 한다.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원인에 대한 억측도 비자금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진위여부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비자금 수사를 놓고 또다시 특검이 거론되는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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