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결제수단 안착되고
백년가게등 성공모델 확산땐
소상공·자영업에 활력될것

▲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설 연휴를 앞두고 울산시청 인근 전통시장을 찾았다. 과일과 건어물을 고른 후, 제로페이(zero pay) 가맹 점포임을 확인하고는 스마트폰으로 제로페이 앱을 실행시켰다. 비밀번호 입력 후 점포에 설치된 제로페이 QR을 스캔하고 지불금액과 결제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결제가 완료되었다. 제로페이 앱 실행 후 대금결제까지는 1분이 안 걸렸고 사용방법도 쉽고 간편했다.

제로페이는 핀테크에 기반한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이다. 소상공인의 높은 카드수수료율(0.8~2.3%)을 0%대로 획기적으로 낮춰 영업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구축되었다. 서울, 경남 등에서 시범실시를 거쳐 금년 중에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울산은 시범지역이 아니지만 가맹점 등록을 완료한 점포는 지금도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제공되는 혜택도 적지 않다. 소비자에게는 결제금액 40%의 소득공제와 각종 할인 혜택이 있고 가맹점에는 수수료 절감 외에도 빠른 결제대금 입금 등의 혜택이 부여되니 서로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제도라 여겨진다. 아직 시행초기라 홍보부족 등으로 인지도와 참여도가 낮은 수준이지만 시범운영을 거치면서 점차 관심과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勞而無功(노이무공). ‘힘들게 노력했음에도 얻은 것이 없다’는 말로 작년 자영업자들이 압도적으로 뽑은 사자성어이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성장통을 겪으며 힘들게 일해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작년 한 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느끼기에 힘들고 다사다난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런 배경으로 작년 12월에 나온 방안이 제로페이 도입을 포함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이다. 그간 소상공인과 달리 정책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자영업자를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주체로 보고 독자적 정책대상으로 삼아 함께 만든 최초의 정책으로, 자영업자의 성장과 혁신에 초점을 둔 종합대책이란 점에 의의가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영업 성장·혁신을 위해 ‘22년까지 온누리상품권 등 자영업·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18조원 발행, 구도심 상권을 혁신 거점으로 집중 육성(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 100% 달성,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 등 8대 핵심 정책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현재 확정된 금년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사업 대부분도 정책과제와 연계지원 될 예정이어서 향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영역은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까지 지역 소상공인의 사업 참여도를 본다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작년 기준으로 전국대비 소상공인자금 1.8%, 협업화 1.1%, 신규보증 2.6% 지원에 그쳐 경제규모를 감안시 매우 미약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온누리상품권 판매액(730.6억원)은 2016년(765.6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았고, 청년몰과 백년가게가 선정되는 등 변화의 조짐들이 감지되기 시작해 자영업 성장역량에 필요한 정책을 선별하고, 홍보 및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면 정책시너지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든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마련된 정책들이 현장에 잘 스며들고 작동 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고 틈나는 대로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어 결제수단으로 안착되고, 백년가게와 같은 혁신형 소상공인 발굴·지원으로 성공모델이 확산되면 지금까지 대기업의 낙수효과 미미와 자영업자간 양극화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우리경제의 당당한 한 핵심 축으로 공존해 나갈 것이라 확신을 가져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서민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희망과 활력을 가지고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제로페이 등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호응을 가져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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