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특수 관측용 망원경이 설치되고 인근에는 반구대 암각화 그림 그리기 등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관람 시스템도 마련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에 물이 차면 수시로 잠기는데다 암각화 바로 앞에는 대곡천이 흐른다. 때문에 먼 발치에서 망원경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망원경도 10년도 더 돼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

이번에 울산시가 국비 4억600만원, 시·군비 8700만원 등 5억8000만원으로 망원경을 특수 관측용으로 바꾼다니 자못 기대가 크다. 이 망원경 옆에는 TV모니터까지 달려 있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니터를 감상할 수 있다. 또 가상현실을 이용한 관람 시스템도 마련한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바위 면에 동물 그림을 그리고 귀신고래 같은 살아 있는 바위그림 속 동물을 사냥할 수도 있다. 3차원 공간에서 고대 원시의 세계로 들어가 다양한 색채의 동물을 자유롭게 그려낼 수도 있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주군)은 지난해 3월20일부터 23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 전시장에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VR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타임머신 VR 망원경으로 암각화 시간여행’ ‘암각화 동물들을 사냥하라’ ‘암각화 동물들을 입체공간에 그려라’ 등 3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국회의원회관 전시장에는 이 반구대 암각화 가상현실을 체험하러 나온 시민들이 붐볐다. 갈수록 첨단화되어가는 기술과 더 멀리 더 깊게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의 기억을 조합하면 광활한 상상의 지평은 끝없이 확장된다. 과거와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반구대 암각화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는 것은 허구로 만들어진 영화 보다 더 큰 감동이 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팔·다리를 벌리고 있는 무당, 춤추는 사람, 나팔을 부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래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 그린 것 같고, 육지 동물은 옆에서 보는 모습으로 그렸다. 사람, 육지동물, 해양동물이 함께 등장하는 한편의 드라마가 VR이라는 첨단 기술을 만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7000년 전의 기억과 생생한 현실, 그리고 가상세계가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관광은 메마른 현실에 영혼을 불어넣고 상상력을 가미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대곡천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 반구대 암각화를 VR로 체험하고 난 후 돌아오는 길에 이 동물들이 바위에서 뛰쳐나올 것 같은 착각이 들면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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