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강동지역에 조성 중인 오토캠핑장이 갯봄맞이꽃이라는 멸종위기식물에 발목이 잡혔다. 수년전 이 일대가 갯봄맞이꽃의 서식지라는 것이 밝혀져 있었음에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북구청, 환경영향평가기관까지 모두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의 형식적 보고서와 대충주의 행정이 만나 예산 낭비와 공사 지연을 초래할 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강동오토캠핑장은 구비 50억원에 국·시비 20억원을 더해 70억원을 들여 북구 당사동에 25대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북구 강동지역은 광활한 동해바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롯데의 리조트 개발 중단 등으로 강동개발이 답보상태에 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토캠핑장 조성은 북구관광자원화 사업에 작은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울산지역의 중구 입화산, 동구 대왕암, 울주군 작천정 등에 조성된 캠핑장들은 주말 예약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의 캠핑문화가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데다 강동오토캠핑장이 바닷가에 위치한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어 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격 공사에 들어가기 직전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내년 6월 완공계획이었던 공사기간의 지연은 불가피하겠으나 예산낭비는 최소화한 셈이다. 갯봄맞이꽃의 서식지를 확인한 것은 이 오토캠핑장 조성공사와 상관없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조사팀이다. 이들이 야생식물 서식지를 조사하던 중 갯봄맞이꽃의 서식지로부터 50m거리에 오토캠핑장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북구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 지역이 갯봄맞이꽃의 서식지라는 것을 몰라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2013년 이 일대가 갯봄맞이꽃의 집단서식지라는 사실이 지역의 연구자에 의해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지난해 북구가 이 곳 당사일대에 산책로를 만들면서 갯봄맞이꽃 서식지를 훼손해 환경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일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안일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더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낸 환경영향평가 기관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엄중한 처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구는 하루빨리 갯봄맞이꽃 서식처 보존대책을 세워 오토캠핑장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보존대책만 확실하다면 희귀식물과 오토캠핑장은 얼마든지 상생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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