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총 물동량 2억278만t, 컨테이너 물동량 48만9746TEU.’ 지난해 울산항이 처리한 화물량이다. 2년연속 2억t 돌파인데다, 전체 물동량과 컨테이너 화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이 침체의 늪에 빠져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상황에서도 지역 수출입관문인 울산항의 화물량은 최대치를 경신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과연 지금 이대로라면 울산항만공사가 자신하는 2억t 물동량 시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글로벌 항만으로 도약하는데 부족함이 없을까. 울산항 최대 항만물동량 실적의 이면을 드려다 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

울산항이 국내를 넘어 세계 유수의 항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부산·광양항의 서브항’이란 꼬리표를 떼야 한다. 2018년 전국 무역항 물동량 처리실적을 보면 울산항은 전년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국 항만의 평균 물동량이 3.0% 올랐고 인근 부산항이 무려 14.7%, 광양항이 3.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울산항의 성적표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때 전국 2위 항만 타이틀을 놓고 경쟁구도를 펼쳤던 광양항은 올해 3억t 물동량 달성으로 부산과 함께 전국 1·2위 항만 지위를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울산항은 각종 지표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화공 및 유류 등 항만별 비컨테이너 물동량에서도 광양항(+0.4%)은 물론 대산항, 포항항 등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울산항은 오히려 마이스너(­0.6%) 실적표를 받았다. 무엇보다 울산항 물동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액체화물이 감소한 현상을 단순한 경기불황 여파에 따른 일시적인 상황으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액체화물 관련 업계에서는 생산능력은 향상되는데 부두 등 지원시설은 뒤따라오지 못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액체화물과 관련된 생산증설 프로젝트를 다른 항만으로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액체허브항이란 타이틀만 믿고 신규화물 창출에 미온적이고 기업활동 등 글로벌 산업동향에 뒤쳐지면 언젠가는 이 타이틀을 내걸기가 부끄러운 날이 올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선박 입항수와 연안화물 물동량도 각각 전년대비 3,4%와 9.9% 줄었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된다. 국내외 주요 선사들의 항로서비스가 울산항으로도 연계될 수 있는 묘안찾기에 나서야 한다.

항만 효율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체선율은 최근 10년래 최저치(2.03%)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특정화물을 처리하는 전용부두에서의 체선율이 높아 항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는 20~40%대에 달해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글로벌 선사나 외국의 유수 화주들이 제때 화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부두에 매력을 느낄까. 이제 항만도 ‘크레이티브’하고 ‘이노베이션’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부두 기능에 혁신을 가해야 한다. 단순히 화물만 보관하고 싣고 옮기는 기능에서 벗어나 첨단화, 친수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부두 리뉴얼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체인 화주와 선사, 항만종사자 등과 함께 월별, 분기별 물량유치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항만물동량도 양보다 질적 성장을 이룰때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