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하락률 전국서 ‘최고’

집주인들 전세금 마련하려

울며 겨자먹기로 급처분해

주택시장 하락세 확대 전망

금융당국, 실태조사 나서

▲ 울산시 남구지역 아파트단지 모습.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의 아파트 가격에 이어 전세가격도 2년 연속 뚝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집주인 입장에서는 추가대출이라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지난해 9·13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후 유주택자 대출규제로 이 역시 힘든 상황이다. 결국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을 급히 처분하면서 지역 주택시장 하락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7월 둘째 주부터 2018년 1월 첫째 주까지 100.8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당시 세입자들이 근 10년 중 가장 높은 전셋값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다.

아파트 전세값도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들어 지난 1월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울산의 경우 지난 1월 아파트 세가격 하락률은 -0.74%로 역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울산의 주택 매매가격은 -0.67% 하락하며 17개 시도 가운데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신규 입주물량 증가 및 산업경기 침체로 아파트 값이 떨어지며 전세가격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울산의 주택시장은 실물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와 인구유출로 2017년 12월부터 침체기에 접어들며 주택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전국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작년 울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2.3%)에 이어 -9.9% 떨어지며 지역 주택가격 하락세를 주도했다.

아파트 전세가격도 전년(-1.3%)에 -11.8% 하락하며 낙폭이 확대됐다.

역전세난이 장기화하면 연쇄적으로 주택시장 침체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급락하는 경우, 보유 금융자산으로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줄 수 있는 임대 가구의 비율은 47.0%에 불과하다.

20% 하락분만큼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면 이와 합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임대 가구는 31.4%,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가구는 14.5%였다.

나머지 7.1%는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임대인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주택 매도를 통한 자금 마련이다.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가 차츰 등장하면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금융당국은 역전세·깡통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비상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집값·전셋값 하락이 가파른 지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