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수합병-임단협’ 분리 주장…‘공동투쟁’도 의견분분

양사 노조, 인수합병 반대입장 공유, 이번주중 대응방안 발표

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는 2018 임단협 찬반투표 연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찬반투표 일정이 기약없이 연기되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대한 입장정리와 임단협은 분리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10일 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양사 노조는 지난 8일 울산에서 만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황우찬 금속노조 사무처장과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양사 노조는 이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노조는 인수하는 회사와 당하는 회사간 입장이 다르나 기본적으로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두 노조는 이번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합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를 예상하지 못해 고용 등 조합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노조 내부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합병 추진 문제와 별개로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시급한 임단협 찬반투표까지 연기한 노조의 결정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조게시판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 문제는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승인을 얻으려면 소요기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올해 임금협상이나 내년도 단체협상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2018년도 임단협을 잠정합의한 상태에서 총회까지 연기하는 것은 집행부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원도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우조선 노조와 공동 투쟁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한 조합원은 “면밀히 따지면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는데 공동투쟁이라는게 납득이 안된다. 조합원들도 인수를 문제 삼는게 아니라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커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애초 지난달 31일 임단협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저녁 늦게 대우조선 인수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에 반발,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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