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옹기축제가 크게 달라질 모양이다. 옹기축제추진위원회가 12일 열린 올해 첫 회의에서 내놓은 옹기축제 프로그램이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16~2017년 2년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유망축제에 선정됐다가 2년째 탈락의 고배를 마신 옹기축제가 2020년 문화관광축제 재진입을 목표로 심기일전한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축제의 본질과 상관없는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기로 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4가지를 없앴다. 개막식 의전, 메인 무대, 행사장 내 차량, 인기가수 초청공연이 사라진다고 한다. 불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면서도 정치인들의 생색내기를 위해, 행사 참여자 숫자 늘리기를 위해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해온 콘텐츠들이다. 사실상 개막식과 대형무대, 인기가수 초청은 전체 행사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프로그램만 없애도 실속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어렵지 않은 이유이다. 울주군과 추진위의 용기있는 시도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형식적 콘텐츠들을 없앤 효과가 얼마나 실속있는 프로그램으로 나타나느냐이다. 일단 ‘옹기 장날 구경 오이소’라는 대표 프로그램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다만 옹기만을 판매하고 구경하는 장날로는 한계가 있다. 옹기판매전을 비롯해 옹기를 이용한 발효식품전, 옹기에 담아주는 국밥전 등을 특화하면서 곡식전, 생선전, 나물전 등 그 옛날 닷새장처럼 없는게 없는 푸짐한 장터를 연출해야 한다. 옹기 뿐 아니라 마을의 관광상품화가 옹기마을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구릉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잡은 낮은 지붕,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책길, 옹기장인들의 투박한 손 끝에서 탄생하는 뒤주만한 장독, 누에처럼 드러누운 옹기가마 등 옹기마을이 갖고 있는 특유의 서정성이 ‘장날’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제대로 어필될 때 비로소 관광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옹기축제는 5월3~6일 4일간 열린다. 새로운 콘텐츠로 옹기축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는 축제를 만들기에는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4無’를 끌고가는 추진력이 절실하다. 혹여 정치인들에 대한 부담감과 관람객 동원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형식만 바꾼 또다른 겉치레를 만드느라 진땀을 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히려 여기에다 마이크와 전자음이 없는 ‘5無 축제’를 콘셉트로 삼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올해는 문재인대통령이 지난달 옹기마을을 다녀간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다시 없는 기회다. 올해 옹기축제의 성공여부가 관광자원으로서 옹기마을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각오로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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