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도 반토막 수준으로...중심상권 기존 임대료 고수

▲ 울산의 주력산업 부진과 경기침체 등으로 중구의 중심상권에 빈 상가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동 젊음의거리의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반년째 빈점포 방치된 곳도
혁신도시 대단지 아파트값
지난해말부터 하락세 뚜렷
1억원 프리미엄 시절 무색

울산의 주력산업 부진과 인구유출 등이 맞물리면서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인 부동산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의 주택시장은 매매·전세·월세 등의 가격하락폭이 전국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으로 인해 주요 상권에서도 빈점포가 속출하며 공실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울산은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무려 13.63% 하락, 전국에서 가장 낙폭이 커 ‘역전세난’도 가장 심각하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울산 부동산시장의 현황을 5개 구·군별로 나눠 긴급점검한다.

◇원도심 중심상권 빈점포 속출

12일 울산 중구 성남동 원도심 일원. 큰애기야시장과 마주보고 있는 보세거리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큼지막하게 ‘점포임대’ ‘임대문의’ 등을 써놓은 빈점포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너집 건너 빈 상가가 위치한 보세거리에서는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조차도 점포정리 세일을 붙여놓고 가게가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울산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도심 중심상권에 빈 상가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현재 15% 가량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층이나 지하가 아닌 1층 상가도 최근 빈 점포가 발생하면 6개월 넘게 새주인을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2~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 1억~2억원까지 붙던 1층 상가의 권리금도 현재는 반토막났다. 오양희 공인중개사협회 중구지회장은 “최근 들어 임대기한이 만료되고 가게가 철수하고 나면 가끔 문의는 들어오지만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며 “성남동 중심상권의 경우 아무리 경기가 안좋아도 1층 빈 점포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심상권 내 건물주들이 기존의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가겟세를 내릴 경우 건물에서 나오는 고정 수입이 줄어들고, 이는 곧 건물값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 상인은 “성남동 일대 가겟세가 비싼 편인데 건물주들은 경기가 안 좋아져도 한창 장사가 잘 될때 받던 임대료를 그대로 받고 있다”며 “결국 지금같은 시기에 매출에 대한 확신없이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들어올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오양희 지회장은 “공실률 상승은 현재 중구 원도심 일대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반구동과 태화동 등 전통시장을 기반으로 한 주변상권들은 어느 정도 가격협의를 통해 상가회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급감속 아파트가격 지속하락

중구지역 주택시장의 경기도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 부동산브리프 통권 제81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구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143건으로 전년동월(309건)대비 53.7% 감소해 울산에서 가장 높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도 5.2% 감소했지만, 그나마 북구(­11.1%)와 동구(­10.2%) 등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매매가 하락은 특히 혁신도시 일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혁신도시에 위치한 동월로얄듀크, 에일린의뜰, 푸르지오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입주당시 최대 1억여원까지 붙었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신세계백화점 입점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정점을 찍었던 이들 아파트의 매매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동원로얄듀크 2차 33평(204동) 로열층(10층 이상)의 매매 최고가는 한때 4억9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당초 분양가는 3억여원이었지만 2014년 입주 당시 4억원대를 기록한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가격이 올랐었다.

다운동 한라동아의 경우 22층 면적 84.99㎡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2억2500만원에서 12월 2억원으로 두달 새 10%(2500만원)나 빠지는 등 중구지역 전반에서 주택가격 하락세가 관측되고 있다.

중구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전반적으로 울산경기도 안좋은데 지난해 말부터 신규 입주물량이 계속 나오면서 혁신도시뿐만 아니라 울산 전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 위주의 거래가 주를 이루다보니 아파트 실거래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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