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총선 앞두고 당권경쟁과 맞물려
공천티켓 건 눈치싸움 벌써부터 가열
예측불허 상황 공천잔혹사 재연될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3년여전, 2016년 4월총선을 2개월 앞둔 박근혜청와대의 공천지휘부. 박근혜의 공개 학살로 ‘배신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유승민을 정점으로 ‘배박’ 리스트가 은밀히 작성됐다. 총선 지휘부는 박근혜로부터 신뢰가 두터운 이른바 ‘진박 감별사’ 이한구를 공천심사 칼잡이로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외형적으론 “친박은 절대 안전지대”라고 연막을 쳤다. 때문에 평소 친박으로 믿고 있었던 정갑윤은 5선 고지가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울산지역 최다선이면서도 친박 좌장격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평소 스스로 친박이라고 여겼던 상당수 의원들은 믿음 자체가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지지층이 견고했던 TK(대구경북)는 물론 PK(부산·울산·경남)에서조차 자칭 친박 상당수가 나뒹굴기 시작했다.

칼날은 은밀히 울산을 겨냥했다. 느긋하게 공천티켓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갑윤은 밤새 단수공천 불가쪽으로 급류를 탔다. 아닌 밤중에 뒤통수를 맞은 정갑윤은 청와대 지휘부와 이한구라인에 비상을 걸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최대 공천라이벌은 한때 최측근이었던 조용수(전 중구청장)와 여론조사 경선을 치렀고, 피말리는 접전 끝에 공천티켓을 거머쥐었다.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구갑 ‘이채익’으로 향했다. 막판까지 대안인물 모색 등 오락가락 천신만고 끝에 다시 이채익으로 유턴한 이면엔 정치적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그릴 순 없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 내년 4·15 총선을 1년여 앞두고 2·27 당권경쟁과 맞물린 공천잔혹사 시즌2가 예고돼 있다. 때문에 벌써부터 현역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공천안전지대로 피난처를 모색하고 있다. 황교안과 오세훈, 김진태를 놓고 2강에 양다리를 걸칠 것인가, 아니면 대놓고 한 후보에만 ‘몰빵’할 것인가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황교안은 박근혜청와대 당시 총리를 지냈고, 서울시장을 지낸 오세훈은 박근혜와는 거리가 먼 비박이다.

대표 경선일을 2주일 앞둔 13일 외형적으론 영남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친박진영의 지지로 황교안이 우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일부에서 측면지원을 받고 있는 오세훈은 뒤집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파른 상황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년전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박근혜가 변호인을 통한 ‘진박’ ‘배박’ 유령이 당권경쟁에까지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셀프탄핵의 이면이 3년전 박근혜청와대에 의한 공천잔혹사 피해자 중심인 ‘배박’을 다시 내치기 위한 옥중 시나리오일까? 여기다 한국당은 당내 일부의 ‘5.18 망언’ 돌출로 여야 4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야당의 잔칫상 차림에 ‘셀프 꼴통’의 덫에 걸린 꼴이다.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는 외형적으론 박근혜청와대와도 같이 바지사장의 칼잡이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당직과 공천칼잡이 등의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도 행사하기 때문이다. 남은기간 TV토론과 합동연설에서 황교안과 오세훈 ‘2강’의 물러설 수 없는 대전쟁이 펼쳐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의도 선거전문가들은 의외의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번 더 금배지에 ‘몰빵’할 수밖에 없는 현역들과 당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지역별·권역별 당원과 대의원들의 정치의식, 일반여론, 당권도전을 포기한 중진들의 물밑작동, 후보 개별 정치적·개인적 아킬레스건 등 복잡한 정치상황이 맞물려 결과는 예측불허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권지형의 ‘줄서기 오판=공천잔혹사 시즌2’의 함수관계 뿐만 아니라 지역의원들의 각자 도생전략도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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