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취소땐 1조원 넘는 손실”

공공법리 측면 취소 불가 판결

그린피스 즉각 항소 의사 밝혀

▲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허가는 위법하지만 공공 법리 측면에서 허가를 취소해선 안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14일 국제환경기구 그린피스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 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 청구는 각하, 일부는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처분 가운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의 법정 기재사항이 누락된 부분에 대한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결격 사유가 있는 원안위 위원 2명이 의결에 참여한 점 등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행정소송법 28조 사정판결(事情判決) 제도에 따라 “위법 사유로 허가를 취소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적은 반면 취소로 발생하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것은 매우 중하다고 판단된다”며 허가를 취소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린피스와 559명의 원전지역 주민들은 “원안위가 고리 원전의 특수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허가를 내줬다”며 2016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10차례 넘는 변론을 거친 끝에 재판부는 원안위의 건설허가 처분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가지 위법 사항만으로는 원전 건설허가 처분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신고리 5·6호기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안전성 개선 조치를 모두 이행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상 ‘중대사고’에 대비한 설계를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처분을 취소할 경우에는 다시 허가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사가 지연돼 적정 전력설비예비율을 갖추지 못할 수 있고, 1602개에 이르는 관련 사업체들 중 상당수가 도산해 산업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처분의 취소로 예상되는 약 4년의 건설중단 기간에 약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처분 취소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 측은 사정판결에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린피스측은 재판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허가에 위법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결”이라면서도 “위법성이 발견됐으면 건설을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측은 “고도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원전 사업에 대해 사정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심에 가서 주장을 좀 더 입증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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