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보호수 63그루 지정

정부지원·보호법령 없이 방치

대부분 사유지에 위치해 있어

무단훼손에 지주 벌목 요청도

▲ 1994년 보호수로 지정된 방어진 곰솔나무.
울산시가 지역에서 몇 백년의 세월을 버텨온 나무들을 보호수로 지정해놓고 정작 관리에는 소홀한 상태다. 특히 일부 보호수는 사유지 내에 위치해 있다보니 사유지 주인들이 보호수 벌목을 허가해달라며 민원까지 넣고 있어 보호수의 보호와 본격적인 관리를 위해선 사유지 매입 등에 시와 구청이 적극 나서야 된다는 지적이다.

14일 방문한 동구 방어동 한 사찰 앞에는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곰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는 높이 7.5m, 둘레 4.22m로 지역에서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송(용을 닮은 소나무)이라고도 불린다.

방어진 곰솔나무가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된 건 1994년이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보존 및 증식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목에 대해 보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은 곰솔나무는 정작 현장에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상태였다.

곰솔나무의 굵은 나무가지는 외과수술을 받으며 가지 곳곳이 시멘트칠이 된 상태였는데 나무가지가 아예 나무 앞에 세워진 법당 지붕과 시멘트로 연결된 곳도 있었다. 또 곰솔나무 대부분을 가리고 있는 법당 안에는 초와 향이 켜져 있어 법당에 불이라도 나면 바로 뒤에 위치한 곰솔나무에까지 화가 미칠 가능성도 높아보였다.

방어진 곰솔나무를 포함해 보호수 대부분이 사유지 안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울산시에 따르면 관내 보호수는 총 63본으로, 대부분이 사유지 안에 위치해 있어 지주들로부터 보호수를 자르게 해달라는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어진 곰솔나무는 2015년에 인근 지주로부터 나무를 잘라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에서는 법당을 없애고 곰솔나무 주변을 정비해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구 역시 방어동 곰솔나무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다 판단하고 지난 2016년 곰솔나무 인근 사유지를 매입한 뒤 소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했으나 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사업이 흐지부지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시에 관련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요청중이지만 3년째 진척이 없다.

울산시는 예산이 없어 보호수 지정만 해두는 게 최선이란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보호는 해야 되기 때문에 일단 보호수로 지정해 두고 벌목 등이 이뤄지지 않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호수 관리에 대한 정부 지원도 없고 보호수 보호를 위한 부지매입과 관련된 법령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생명의숲 윤석 국장은 “시에서 먼저 보호수의 연령과 가치 등을 조사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보호수가 사유지 안에 있을 경우 적극적인 보호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정만 해두고 제대로 보호·관리가 안 되면 나무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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