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삶에는 어떤 면에서든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계부의 틈은 사람을 잗달게 한다. 감정의 틈이 생기면 마음이 옹색해진다. 자투리 시간은 허전할 때가 많다. 때론 허방을 딛는 듯 발걸음이 헛놓이기도 한다. 그런 틈틈이 읽는 책 한 권이 이런 모든 틈을 고운 결로 바꿔주는 마법서로 느껴질 때가 있다.

<틈이 생길 때마다>(최옥연, 연암서가)는 그런 틈틈이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작년에 유독 많이 읽은 수필집 중에서 백미였던 책. 성장기의 기억에 촘촘한 사유가 곁들여진 작품들이 편안하게 읽힌다. 문장 하나하나가 진솔하면서도 간결하다. 냉정할 만큼 단정한 문체도 따듯하다. 이는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도 닿아있음을 작품에서 알 수 있다. 자아성찰의 표현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모든 수록작에서 풍기는 문학적 향기는 독자를 매료시킨다. 그만큼 전편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근래에 보기 드문 수필의 진수를 맛본 책이다.

이 책에는 모두 3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적당한 간이 밴 작품들은 모두 맛있다. 전라도 쪽으로 맛 기행을 한 적이 있다. 갖가지 맛깔스러운 찬으로 잘 차려진 한정식 앞에서 행복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였지만 화려하지 않았다. 비싼 밥값을 치르지 않았는데 어떤 고급요리보다 나았다. 그 기억은 지금껏 생각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떠올린 것이 그날의 맛 기행 기억이다. 책을 읽고 나면 순한 맛을 내는 한정식을 배불리 먹은 느낌이랄까. 어떤 작품도 밋밋한 것이 없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은 흔한 사모곡이 아니다. 고달픈 어머니의 삶을 독자에게 호소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불효에 대한 반성문도 아니다. 눈물겨울 수 있는 어머니의 여정 묘사는 지극히 객관적이다. 촘촘한 체에 밭여진 감정선이 오히려 공감대를 키운다. 작가의 흑역사일 수도 있는 기억들도 많다. 그걸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문장마다 문학성이 깊이 스며있다. 독자가 자신의 안목에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다. 표제작인 ‘틈이 생길 때마다’는 읽는 이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삶의 많은 틈을 나는 무엇으로 메웠던가, 그 틈은 과연 자연스러운 결로 삭였는가. 틈이 벌어진 관계가 되어버린 인연들까지 낱낱이 짚어가면서.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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