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생산·수출 반등 기대속
車·석유화학 리스크 대비해야
자영업 관련지표 개선 고민을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팀장

입춘이 지난 요즘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직장 화단의 목련나무는 벌써 꽃이 들 준비를 마친 듯 해 울산에 따뜻한 봄이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울산지역 자영업자 수는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인 14.3% 감소했고 이틀전 동남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울산의 고용률 및 실업률도 각각 57.1%, 5.4%로 저조하게 나타나 아직 시민들의 생활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울산 경제는 국내 경기와는 사뭇 다르게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 기저에는 전산업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에 치중된 산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주력 제조업들이 번갈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결과,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인구유출이 지속되었다. 또한 소비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던 끝에 지난해에는 자영업 일자리마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울산지역 자영업자의 경우 2015~2017년중에는 증가를 기록하면서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제조업·임금근로자 고용 위축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작년의 감소에 대해 많은 우려가 예상된다.

주력산업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울산경제의 갈 길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주력산업중 비중이 큰 자동차와 석유정제·화학의 향후 업황에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불확실한 대외 요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에 따른 해외 수요 위축이 우려되고 미국의 자동차 관세(무역 확장법 제 232조) 부과 가능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어 근래의 호조가 지속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석유정제·화학 업종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 작년보다 낮아진 국제유가, 글로벌 공급 과잉 등으로 당분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주 급감으로 구조조정을 거친 조선업의 생산 및 수출이 증가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이후 신규 수주가 지속되면서 수주잔량이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로 전환돼 일감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조선업 및 조선기자재 업체의 고용 감소세도 완화되고 있고 조선업계의 인적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 인구 유출에 따른 제반 문제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으나 대체로 기술 공유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 저가수주경쟁 및 과잉공급 억제를 통한 수익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당분간 주력산업의 업황이 상반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자동차 및 석유정제·화학의 업황, 수출여건 등의 추이가 부정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울산은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수출 비중(2017년 기준)이 100.5로 전국 수준(37.5)을 크게 상회하는 등 수출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이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울산은 화학제품 및 완성차 수출은 각각 중국 및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가공단계별 수출집중도는 중국에서 높은(중국생산이 줄어들 경우 울산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소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 대해 교역이 감소할 경우 해당 품목의 수출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수출집중도가 높은 품목 및 국가에 대해 다변화 전략을 모색해야 하며,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품목에 대해서는 R&D 투자확대, 산업 고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경제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 자영업 관련 지표가 최근 부진해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울산 자영업은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타지역에 비해 높고,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등 전통서비스업 비중이 높으며, 최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등 구조적인 취약성이 있다. 이에 대해 자영업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등으로 경쟁 심화 부문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창업관련 기술교육을 확대해 신규 자영업자가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여건이 엄중하지만 울산시와 시민들이 산업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수소경제·부유식 풍력발전·게놈프로젝트 등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보다 따뜻한 봄기운이 많이 느껴지길 기대한다.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