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출범후 회원 박탈감 커
예산확보등 실질적 공약 와닿고
회원 화합에 올해 2천만원 기부
임기 못채우고 퇴진 전적도 상쇄

이희석 전 울산예총 회장이 8년여 만에 돌아왔다.

이 회장은 제16대 울산예총회장 임기를 채우지 못한채 물러났다. 제18대 회장선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이번 선거에 재도전 해 제19대 회장으로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정견발표에서 “자신을 향한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어떠한 비판도 감수하겠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겸손하지 못하는 충고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이어 “지역예술인의 창작여건을 살피면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

당선이후 인터뷰에서는 “올해는 2000만원의 자비를 들여 회원간 화합을 위한 선진견학 행사를 추진하겠다. 예삭삭감으로 맥이 끊겨 안타까웠다. 이같은 행사를 매년 지속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통, 화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예술인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예총을 만들고 귀속의식과 연대성을 강화하겠다. 무엇보다 존경받는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예총이 나서 정책적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과거 울산미협회장, 울산시의원, 울산예총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송사에 휘말리며 물러난 전력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들은 대의원들에게 이 부분을 열심히 부각시켰으나 역부족이었다. 4명의 후보 중 이 회장이 나머지 후보들을 물리치고 과반에 가까운 표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 내내 이 후보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다지 인기있는 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도덕성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단에서 적지않은 표가 이 후보에게 쏠린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그 동안 이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밝히지않은 ‘샤이 이희석’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분석이다. 함께 뛴 다른 후보들도 표차가 이처럼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울산예총 회원들의 불안한 정서와 창작활동에 실질적 도움을 바라는 심리가 적극 반영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울산예총은 울산지역 최대 규모(회원수 약 1900명) 민간 문화예술단체인만큼 그 동안 지역문화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띤다는 자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집행부가 기울인 노력과 활동들이 정작 회원들에게는 제대로 어필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분위기는 투표직전 전임 집행부가 마지막으로 진행한 총회에서 몇몇 회원들의 성토가 이어지며 여실히 드러났다.

2년 전 울산문화재단 출범과 지난해 민선7기 출범 이후, 울산예총 회원들이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회원들은 각종 지원사업에서 울산예총의 경쟁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울산예총 내 단위협회가 해마다 펼쳐오던 전국단위 문화행사도 예산(약 3억원)이 전격삭감되며 올해부터는 추진할 수 없게 된 터였다.

이희석 회장의 공약이 회원들의 이같은 위축된 심리를 적극 수용해 구체적인 항목으로 설정된 것도 주효했다. 이 회장의 공약은 ‘예총위상강화’ ‘품격있는 문화풍토’ ‘예술단 창단’ 등 다소 이상적이거나 현실가능성이 낮은 공약 대신 ‘예산확보’와 ‘연대강화’를 통해 예총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예술인의 삶을 이어가고자하는 회원들 마음이 이 회장에게 쏠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