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20일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총회를 갖는다고 한다. 대우조선 인수 발표로 인해 갑작스럽게 연기했던 찬반투표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8개월간의 긴 교섭에 유례가 없는 잠정합의안 수정까지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합의가 또다시 장기표류하는가 했더니 총회개최를 촉구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잘한 일이다. 연관성도 없는 대우조선 인수와 연계해 임단협 찬반투표를 연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2018년 임단협을 빨리 마무리 짓고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회사의 발전적 변화에 노조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노조가 무조건적 반대를 외칠 일이 아니다. 성장정체에 직면한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조선업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제살 깎아 먹기식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던 것을 모르지 않는다. 조선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2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두 회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합쳐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중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는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고 세계 1위 조선업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은 어렵지 않다. 특히 LNG선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노조의 입장과는 달리 명실상부 초대형 선사로 거듭나면 공격적 수주경쟁에 나설 수 있게 돼 일감도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수주 경쟁력 향상, 일감 확보, 고용 안정이라는 선순환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의 미래는 물론 울산경제와 우리나라 조선산업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노조도 막연한 불안감으로 조합원을 선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인 분석과 판단력으로 능동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겨우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확정됐을 뿐 인수 확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은행의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3월 초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본 계약 이후로도 우리나라 공정위 뿐 아니라 경쟁국 공정 거래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국가들의 승인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이 길면 1년 이상의 소요될 수도 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반드시 가결하여 2018년 임단협부터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다음, 회사와 힘을 모아 대우조선 인수를 통한 조선업 부흥에 기여하는 등 대기업 노조로서의 국가 발전과 사회적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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