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울산시의회 이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청소년의회 구성·운영 조례안’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일부 학부모들은 시의회를 찾아 ‘어른들 정치판 그대로 학교로 들고 올 생각이냐’ ‘학교를 당신들 사상교육의 장으로 쓰지마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조례가 제정되면 어떤 변화가 있길래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이 제정되면 울산에선 전국 최초로 청소년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의회가 구성된다. 이 선거는 격년에 한 번씩, 7월에 실시된다. 울산에 거주하거나 중·고교에 재학중인 만 12~18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청소년 모두에게 투표권이 부여되고, 직접·비밀투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어른들이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청소년의원 선거’를 통해 자신들을 대변해줄 대표를 뽑게 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시의회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다보니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우선 울산에는 중·고교가 약 120곳 있고, 청소년은 약 9만명이다. 25명 이내로 청소년의회를 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비율상 학교 4~5곳에 1명, 청소년 3600명에 1명꼴로 청소년의원이 선출된다. 각 학교별 학생회장 이외에도 4~5개 학교꼴로 대표가 생긴다. 청소년의원 후보들은 4~5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약 발표는 물론 온·오프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청소년의원 선거가 소위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100여개 중·고교에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력도 필요하다.

청소년의원을 선출하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우선 청소년의회를 통해 정식 안건으로 심의·의결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시의회가 시정에 반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의회의 벽을 넘더라도 예산 집행기관인 울산시 또는 시교육청이 현실적인 이유로 ‘추진 불가’ 결정을 내리면 공약은 물거품이 된다.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데다 청소년의원 스스로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구조다보니 소위 ‘장밋빛 공약’만 넘쳐나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운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청소년의회가 청소년 정책을 직접 만들고 제안하기 위해선 전문위원실 또는 입법정책부서 차원의 법적 검토, 회의 진행을 위한 지원, 선거 실시를 위한 인력 등도 필요하다. 타 시도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광역의회의 업무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울산시의회 사무처가 시의원 지원에 이어 청소년의회까지 맡아 운영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청소년의회는 어른들의 관심사에서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나 필요한 예산 등을 제안하게 된다. OECD 36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만 19세가 돼야 참정권을 부여하는 대한민국에서 울산이 선도적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를 선출하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의회 내부에서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는 운영위원회에 상정돼 있는데, 청소년 정책 관련 상임위원회인 환경복지위원회나 교육위원회는 사실상 조례안 상정을 거부했다. 이미영 의원 주도로 청소년의회 구성·운영 조례안 제정이 추진되는데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의회’만이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각 학교 학생회를 보다 활성화해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을 먼저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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