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채무불이행자 1.43%
전년 동기보다 0.11%p 상승
저소득·저신용자 연체 뚜렷
연소득 3천만~4천만원 최다

영세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과 경기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대출을 연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소득·저신용 계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운데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에서 연체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영업자 대출은 한국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개인이 보유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타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17년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탈,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을 망라한다.

2018년말 기준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는 2만7917명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자 194만6113명 중 1.43%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1만명 중 143명이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7년말의 1.32%와 비교해보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0.11%p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6%, 2분기 1.39%, 3분기 1.41%, 4분기 1.43%로 한 분기도 빠짐없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올라갔다.

2014년 이후 하향 안정화되던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2017년말을 기점으로 악화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무불이행자 수를 전체 대출자 수로 나눈 값인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분모인 전체 대출자 수가 급증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연체 증가가 드러날 만큼 확연한 추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업권 전반에 걸친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상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비율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두드러졌다.

신용등급 최하등급인 10등급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2017년말 53.14%에서 지난해말 58.10%로 4.96%p 올라갔다. 같은 기간 9등급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1.22%p 개선됐지만 8등급은 0.39%p 악화했다.

소득수준별로 봤을 때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중저소득층에서 타격이 감지됐다. 1년간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을 보면 소득 3000만~4000만원 구간이 0.27%p로 가장 컸고, 1000만원 이하가 0.16%p로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이 0.24%p로 가장 컸다. 30대가 0.12%p, 50대가 0.08%p였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에서 연체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업권별로는 카드업계의 채무불이행자 비율 상승폭이 0.41%p로 가장 컸고 캐피탈 0.24%p, 은행 0.14%p, 상호금융 0.09%p 등 순이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는 근로자의 1.4배에 달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도 높아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