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조목조목 반박 나서…조양호 일가 상대 장기전도 시사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난 13일 한진그룹이 발표한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KCGI는 한진그룹 측의 사실상 맞대응에 닷새 만에 입을 열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를 위시한 현 경영진을 상대로 장기전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KCGI는 18일 낸 입장 자료에서 “한진그룹 측이 발표한 방안은 KCGI가 제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경영진의 연임 및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위기를 모면하고자 급조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KCGI는 한진그룹이 처한 상황의 본질이 단순한 갑질 문제뿐 아니라 대주주의 사적 이익추구와 경영실패가 복합돼 주주, 채권자, 직원, 고객의 회사에 대한 신용이 무너진 데서 기인한 신용의 위기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KCGI는 “위기의 본질은 외면한 채 단기차입금 증가와 자산재평가라는 수단으로 상법상 감사제도를 무력화하고 의미 없는 배당성향 증대와 부채비율 급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방안 등으로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모순되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쉽다”고 진단했다.

한진그룹 측의 감사위원회 설치안은 KCGI의 감사선임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술책이고 상당수 발전방안이 실제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반박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과 국민연금의 공세에 지난 13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포함한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서울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한진칼의 배당성향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회사 사외이사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KCGI는 “감사위원회는 한진칼이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으로 인위적으로 자산총액을 2조원 이상으로 늘려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KCGI가 제안한 감사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회가 비지배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독립성을 갖고 활동하지 않는 한 한진그룹 경영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증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사회 독립성은 사외이사 수가 많다고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배주주와 회사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사외이사 수가 늘어나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KCGI는 한진그룹이 제시한 방안의 문제점으로 ▲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747%에 달하는 수준임에도 외형 확장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점 ▲ 현 위기 상황을 촉발한 직원 무시 및 갑질 행동에 대한 반성과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는 점 ▲ 대주주에 종속돼 견제와 균형이 어려운 이사회 조직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과시적 투자와 외형 확장보다 안정과 내실에 집중하고 직원 만족 증대와 안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 및 결정을 위한 전문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CGI는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 등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한진그룹의 중장기 비전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KCGI는 “대주주와 기존 경영진의 부와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는 전례를 한진그룹에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상법상 주주로서 감시자 역할을 장기간에 걸쳐 해나갈 것이고 단기이익에 급급해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KCGI는 “’땅콩회항‘ 사태 이후 한진그룹은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의 경영 개선 및 정보 공개 요구를 묵살해 왔다”며 “그나마 이번에 중장기 비전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일부 긍정적인 평가는 했다.

작년 11월 이후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는 조양호 회장 일가 관련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가치를 올리자고 공개 제안하는 등 그동안 한진그룹을 압박해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과 한진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에 못 미쳐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금 1천억원 이상 상장사는 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 주식을 6개월 넘게 보유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상법상 규정(제542조의6)을 근거로 한 지적이다.

그러나 상법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조항(제362조의2)도 있다.

KCGI 측도 6개월 보유 요건은 강제가 아니며 두 조항 중 하나를 충족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KCGI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상법 규정상 6개월 보유 요건은 선택적인 요건으로 이해되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면서 “삼성물산-엘리엇 분쟁에서 이와 달리 해석한 하급심 판결이 있으나 이례적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한진칼이 주주제안을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소송 등을 통해 그 당부를 따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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