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 치료시대로 들어서
말기암도 완치 꿈꿀수 있게돼
비싼 약값·부작용등 대처 필요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년 말 노벨 생리의학상은 일본 교토대 혼조 교수와 미국 텍사스 주립대 앨리슨 교수에게 그 영예가 돌아갔다. 이 두 교수는 면역항암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공헌하여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항암치료가 전문인 필자가 볼 때 이들의 업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류를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으로부터 건져낸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과 견줄 수 있는 암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연 위대한 과학자들로 평가할 수 있다.

혼조 교수팀이 최초 발견하고 그 생물학적 기전을 알아내고, 마침내 치료제로 개발한 PD-1 항체는 이미 3년 전부터 필자도 울산 환자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기존 치료법에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말기암 환자 중 일부이긴 하지만 완치까지 이르게 하는 놀라운 약제이다. 올해부터는 완치 판정을 받고 더 이상 치료 없이 추적 관찰 만 하게 되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 약제가 없었다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분들이 건강을 찾아 정상 생활로 복귀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면역관문억제제가 기존 항암제와 다른 점은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여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가장 대표적인 T세포를 활성화해서 환자 자신의 면역 기능을 통해 암을 제거하는 점이다. 이는 기존 항암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인 약제 내성으로 인한 재발 또는 질환 악화를 줄이는 강점을 갖고 있다.

과거에도 면역기능을 활성화해서 암을 치료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 왔으나 임상에 실제 적용될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그 한계를 넘게 된 것이다.

암으로 인한 통증과 전신쇄약으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가까스로 외래 진료를 보던 환자 분들이 병색 없이 밝은 미소를 띠고 진료실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치료자 입장에서 전율과 환희를 느끼게 된다.

물론, 아직까진 모든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폐암의 경우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설사 효과가 있더라도 완치에 이르는 경우는 그들 중 일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기암에서 소수라도 완치를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용화되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러한 결과를 인정받아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위에서 언급한 두 분이 선정되게 된 것이다.

면역항암제가 없던 불과 3년 전까진 필자는 진료실에서 4기로 진단된 폐암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과 상담할 때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가능한 정상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항암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4기 임에도 불구하고 완치 가능성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런 장밋빛 결과 안에는 물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가의 약제비이다. 어디까지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해 줄 것인가?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로 기존 항암제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면역 관련 부작용에 대해 적절한 대비와 조치가 의료진에게 충분히 준비되어야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부작용은 기존 항암제보다 훨씬 덜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면역항암 치료시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약제 개발과 기존 치료제와의 병합 요법으로 더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회복되어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멀지 않아 올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보다 확대해서 해석하면 이제 태어나면 90세까지는 거의 대부분 살아가는 세상이 열리된 것이다. 즉, 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더욱 드물어진다는 의미이다.

현대 인류를 조기 사망의 공포로 몰아넣은 사망률 1위 질환인 암이 정복되어 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사에게 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다. 보건 의료계뿐만 아니라 개인, 사회, 국가 그리고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발 맞춰 우리 자신 그리고 지역사회가 무엇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지 곰곰이 생각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이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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