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00억여원을 들인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이 무용지물로 변하자 이 물을 울산 온산공단에 공급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 시설에서 생산한 담수가 온산공단에 공업용수로 들어가지만 공업용수 관리는 울산시 영역이 아닌만큼 공업용수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와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환경부까지 불러 온산공단 용수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울산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고, 부산과 환경부, 수자원공사는 협의를 상당수준 진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패싱’이라는 이런 웃지 못할 일에 대해 울산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에 대한 공업용수 확보 차원을 떠나 자치정부의 권위와 울산의 산업기반 정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특히 정관읍과 장안읍 일원에 공급하기로 했던 4만5000t의 물을 주민들이 불안해서 못먹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자 부산시와 환경부, 수자원공사가 울산시와는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이 협약체결을 추진했다는 것은 울산의 자치권을 흔드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울산 산업단지의 공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 거리에서 낙동강물을 끌어와 사용하다 보니 이송 비용도 많이 들고 또 가뭄이 들 때는 용수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정부에 공업용수 확보 방안을 촉구하기도 하고 중수도 도입, 지하수 개발, 빗물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의 성공은 물을 얼마나 풍부하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공업용수 부족’이라는 빌미를 내세워 기장군민들이 먹지 않는 물을 울산시 몰래 공단에 끌어들인다는 것은 일단 자치단체간의 예의가 아니다. 또 고리원전에서 불과 11㎞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물을 떠 온데 대해 기장군민들이 왜 그렇게 저항했는지 다 알면서도 울산과는 한차례의 협의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섭섭함을 금할 길 없다.

고리원전 인근 취수구역 내의 해조류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가 검출되고 주변 빗물에서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적지 않게 확인된 시점에 부산시와 환경부, 수자원공사간의 밀약이 있다면 그 ‘울산 패싱’은 울산시민 전체에 대한 위협일 수 있다.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물은 국가산업단지와 국가경제, 울산지역 기업 근로자와 가족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물에 대한 ‘산업주권’이다.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산시가 기장군의 물을 온산공단으로 당겨 오도록 방치하는 것은 산업주권을 포기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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