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들이고도 애물단지 전락
기장군에 해수담수화시설 준공
인근서 방사성 물질 검출되면서
부산내 상수도·공업용수로 거부
준공후 4년간 한번도 사용못해

당사자 없는 밀실행정 의혹
울산시·온산공단과는 조율없이
부산시-수자원공사 정략적 결정
용수 품질·안전성 우려도 제기
관로 매설비만 1천억원 달할듯

부산시가 약 2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뒤 여론에 밀려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을 5년 만에 가동하기로 하면서, 생산량의 대부분을 울산에 공급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물단지를 떠넘기면서 정작 당사자인 울산시와 해당 공업단지에는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정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는 울산의 의견이 배제된 이른바 ‘울산 패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진행여부가 주목된다.

◇애물단지된 기장해수담수화 시설

부산시는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일원에 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민자 706억원 등 1954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4년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을 준공했다. 부산시는 시운전을 거쳐 2015년부터 하루 4만5000t의 수돗물을 기장군 정관읍과 장안읍 일원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취수원이 고리원전에서 불과 11㎞ 떨어진 곳으로, 취수구역 인근 해조류에서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이 검출되고 주변 빗물에서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상당량 확인돼 안전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관리·운영 주체인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초 철수하는 등 준공후 4년여 동안 한 번도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예산 낭비 및 소송 우려 등이 제기되자 부산시는 환경부 및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를 진행, 시설을 가동하고 생산량은 인근 원전과 울산 온산공업단지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만간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 등과 시설 정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막다른 골목…울산 떠넘기기 의혹

이를 두고 울산에서는 부산시가 시설가동을 추진하면서 정작 공급 당사자인 울산시 및 온산공업단지 측과는 아무런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애물단지를 떠넘기기 위한 밀실행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장 일원에 해수 담수를 상수도로 공급하려 시도했다가 지난 2016년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무산됐고, 동부산지역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방안조차 노조 측의 집단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최대한 협상을 진행시킨 뒤 사업을 강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설에서 생산한 담수가 온산공단에 공업용수로 들어가지만, 공업용수 관리는 울산시 영역이 아닌 만큼 공업용수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와 조율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협약 체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준비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은 뒤 “부산시가 투자한 뒤 손을 떼면 두산이 소송할 우려가 있다. 예산낭비 등의 우려도 있다. 2000억원을 들인 시설을 놀리면 안되니 환경부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요청한 것인데, 기장 시민들은 음용수로 이용하지 않으려 하니 공업용수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용수를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사업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달 부산시와 환경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실무회의에서 시설 재가동 문제가 언급돼 현재 온산공단 내 개별 공장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 “울산패싱 불가” 강경모드

그러나 부산시민은 물론 부산지역 공단에서조차 공급을 거부한 용수를 울산에 공급하면서 울산에 일언반구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충분히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뒤늦게 소식을 접한 울산시는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울산 패싱’은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당황스럽다. 중앙부처 등을 통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당사자인 울산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협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온산공단 입주사들의 연합체인 온산공단협회 역시 정체불명의 용수 공급을 추진하면서 당사자에 대한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협회 측은 용수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온산공단협회 관계자는 “물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용수를 공급받았을 때 자칫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불보듯 하다”며 “부산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물을 울산에는 줘도 되나. 1000억원에 달하는 관로 매설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울산으로 끌고 올 이유가 있나”라고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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