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용렬함과 교만함 모두
의사 결정상 오류 범하기 쉽고
조직·사회와의 융화도 방해

▲ 이기원 전 울산시기획관리실장

필자의 지인 A씨는 상식에 밝은 사람이다. 소위 ‘넓고 얕은 지식’의 소유자다. 그는 각종 모임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본인의 아는 바와 견해를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팩트(fact)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지적을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계속한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특히 국가의 발전)나 엘리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주로 견지한다. 한편, B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소위 ‘엘리트’다. 그는 명석한 두뇌로 지금껏 실패를 모르고 성장했으며 직장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때로 실책도 범하고 주위와 잘 융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특히 직원을 무시하면서 자기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짙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장자는 ‘소요유(逍遙遊)’편에서 매미와 비둘기 그리고 ‘붕’이라는 큰 새의 이야기를 한다. ‘매미와 비둘기가 숲에서 놀고 있다가 하늘을 나는 붕새를 보고 비웃으며 “우리는 힘껏 날아올라도 느릅나무나 다목나무 가지에 머문다. (중략) 그런데 저 붕새는 뭐 하러 9만리를 올라가서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소지(小知)는 대지(大知)에 미치지 못하고, (중략) 하루살이는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하며,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라고 한다. 이어서 붕새에 대하여는 ‘온 세상이 그(대지를 의미)를 비난해도 구애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일에 구구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세우지 못한 바가 있다. (중략) 유(有)는 능히 잊었지만 능히 무(無)를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장자가 표현한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면, 매미와 비둘기처럼 ‘소지’에 갇힌 마음은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며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그릇과 능력만큼 행동하는 것은 괜찮지만 더 나은 상대를 향해 “뭐 하러 그렇게나 하냐?”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게 되면 자기 앎에 갇힘과 동시에 상대방의 앎에 관심을 가져서 얻을 수 있는 지적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되어 결국 자신에게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지(小知)에 갇힌 마음’을 정용선 작가는 그의 저서 <장자, 제자백가를 소요하다>에서 ‘지적(知的) 용렬함’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붕새의 경우는 일단은 세상이 비웃거나 비난해도 개의치 않고 자기의 길을 가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일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이러한 ‘대지(大知)에 갇힌 마음’을 ‘지적 교만함’이라 표현했다. 정말 공감이 가는 표현이라고 보며, 앞에 예를 든 두 사람을 각각의 유형으로 들고 싶다. 장자는 결국 사유(思惟)의 여정에서 장애가 되는 두 가지 유형의 마음을 제시했는데 우리 사회나 직장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인물들을 볼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양자의 성격이 물론 다르긴 해도 공통점도 있다. 우선, 의사(정책)결정상의 오류를 범하기가 쉽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하는 견해가 절대적으로 맞다는 착각과 구성원들과의 소통부재 상태에서는 충분한 자료 확보와 면밀한 검토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속담에 ‘서로의 힘을 합하면 풀리지 않는 일이 없고, 서로의 지혜를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 있다. 이들, 특히 ‘지적 교만함’이 가득한 인물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다음은 상호간 융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융화는 조직이나 사회가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나 두 유형 모두 자기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은 주로 배척하기 때문에 화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많은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동안 많은 양의 지식과 지혜를 습득했을 것이나 한계가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는 방법을 배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졸업생들은 물론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지적 용렬함’이나 ‘지적 교만함’을 던져버림으로써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가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이기원 전 울산시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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