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댐 조성에 고향 잃은
울산만의 독특한 도시史 엮어

▲ 공단과 댐 조성 등으로 고향을 잃은 울산의 이주민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세워진 망향비와 기념석들.

울산시문화원연합회(회장 박기수·북구문화원장)가 2년여의 조사와 집필과정을 거쳐 <산업도시 울산의 이주사>를 펴냈다.

이번 책은 근현대를 거치며 다른 도시와 달리 울산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도시사(史)를 한 권에 담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주민의 구술을 기록한 것은 물론 그들이 떠난 후 마을 공터나 뒤바뀐 공간에 놓여진 기념비와 기념석들, 이주 과정을 보여주는 당시의 기록물을 함께 담았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울산의 어느 특정 지역만을 다루지않고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선암·사연·대암·회야·대곡 등 댐 수몰지역에 이르기까지 울산 곳곳에서 벌어진 이주 과정과 개개인의 사연들을 한데모아 보여준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출발하게 된 것은 1962년 일이다. 그해 1월 박정희 군사정부는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공포했고 이후 지금까지 울산은 산업도시로서 거침없이 달려와 지금의 산업수도가 됐다. 이같은 영광이 있기까지 울산 토박이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었다. 그들이 집과 마을, 산과 강, 그리고 평생을 업으로 살아왔던 전답과 바다를 빼앗기듯 내준 자리에 공단과 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책 속 이주민들의 구술기록에서는 그들 대부분이 ‘국가와 시에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주는 대로 보상비를 받고 고향을 내주게 된 사연을 읽을 수 있다. 그런만큼 그들의 말 곳곳에는 정책 당국에 대한 섭섭함이 배어있다. 그나마 댐 주변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예전처럼 농사를 지을 수 있어 다행이라 하겠지만, 농사나 바닷일을 하다 그렇지못한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달랐다. 일 자체가 생소해 가족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 울산시문화원연합회(회장 박기수·북구문화원장)가 2년여의 조사와 집필과정을 거쳐 <산업도시 울산의 이주사>를 펴냈다.

“고향을 떠난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희생자가 필요한 법이고 우리가 그 희생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 지나간 과거인데 내 인생은 이주와 함께 끝이 났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모든 운명을 넘겨 줘야지요.”(한기성·남구 여천동에서 이주)

“자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고향이 없어지다 보니까 살아가면서 가보지 못하는 어떤 설움 같은 게 있다.”(김태용·남구 고사동에서 이주)

“이주당시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서운해하고 눈물을 많이 흘리고 나왔습니다. 울산특별건설국이 지금 세관자리에 있었는데 거기 가서 주는 대로 보상비를 받았습니다. 감히 더 달라는 소리는 하지도 못했습니다.”(김지권·옛 사연댐 세연동마을에서 이주)

박기수 울산시문화원연합회장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있는 이주민을 만나 그들의 어제를 확인하고 증언을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일을 시작했다는데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출간사업은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감수에는 한삼건 울산대교수, 송수환 울산대 연구교수, 김관 울산시중구문화원장, 신춘희 울산이야기연구소장이 참여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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