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중구가 행정동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동네가 커지면서 행정 편의를 위해 1동, 2동, 3동식으로 지어진 이름을 지역 역사성에 맞는 이름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대상이 반구1, 2동이다. 중구뿐 아니라 울산에는 도시화와 더불어 급속하게 커진 자연마을이 많아서 숫자가 붙은 행정동이 많다. 행정편의에 따른 성의 없는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동네의 역사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구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행정동 명칭 변경에 대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60%를 넘긴 곳은 반구 1, 2동과 병영 2동으로 나타났다. 병영은 1동 주민들의 반대가 많아 변경대상에서 제외하고 반구동만 우선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1차 조사에서 반구동의 다른 이름에 대해서는 1동은 반구동과 내황동, 2동은 구교동과 서원동을 선호했다고 한다. 2차 조사를 거쳐 다시한번 명칭변경에 대한 의견을 묻고 1차 조사에서 제시된 명칭에 대한 선호도도 파악할 계획이다.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나 반드시 명칭 변경이 필요한지 근본적 질문을 다시해볼 필요가 있다.

동네 명칭 변경은 명칭만 바꾼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실상 명칭 변경을 결정하는 순간이 비로소 시작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익숙해지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서식과 표지판 등의 변경에 따른 비용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오래된 동네 명칭은 곧 그 지역과 주민들의 정체성이기도 하므로 주민들이 적응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울주군의 경우 지난 2014년 10월 갑자기 영남알프스 아래 등억리를 등억알프스리로 바꾸었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언양장도 언양알프스시장이라는 새이름을 달았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전략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생경한 이름일 뿐이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울산시민들은 아직도 등억리나 언양장이라고 부른다. 그 이름으로 인해 관광객이 늘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역사성만 사라지게 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1, 2, 3의 숫자는 주민들에겐 별 의미가 없다. 행정상의 분류일 뿐이다. 주민들에겐 1동이든 2동이든 상관없이 반구동이고 병영동이다. 특히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그 명칭이 곧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인 것이다. 분동이나 합동이 아닌 행정편의상 만들어졌다는 것이 명칭을 바꾸어야 할 이유는 아니라는 말이다. 울산은 물론 다른 도시에도 5동, 6동까지 있는 동네 이름도 많다. 동네 이름이 부르기 어렵거나 나쁜 의미로 해석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섣불리 바꿀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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