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학기 말이 되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졸업과 진급을 위해 ‘졸업 진급 사정’을 위한 보고서를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인성을 칭찬하는 상을 받을 학생을 추천하기 위해 반 아이 한 명 한 명의 1년 모습을 떠올려 본다. ‘먼지 가득한 선풍기 날개 씻기를 자진했던 아이’ ‘쓰레기통에 씌운 덧 비닐이 벗겨졌을 때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덧 비닐을 다시 끼워 넣던 아이’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해 같이 울어주고 상담해 주던 아이’ ‘1년 내내 묵묵히 신발장 먼지를 닦아준 아이’ 등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나 생활평점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냥’ 봉사를 했던 그 많은 아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항상 1년을 마무리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다. 올해는 혹시 내가 놓친 모습이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 반 아이들의 추천을 받아보았다. 그런데 참 고맙게도 내가 상을 줬으면 하는 학생과 반 친구들이 추천하는 학생이 일치했다. 그 학생들은 교사 앞에서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일상처럼 ‘그냥’ 봉사를 실천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특했다.

상을 정하고 나니 문득 ‘나는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상 받을 만한 교사였을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2월 꿈끼 주간에 학생들과 ‘상장 만들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아이들은 “에이~ 뭐 이런 거 하자 그래요~”라고 말하지만, “담임 선생님께 1년의 감사를 담은 편지를 쓰는 대신 멋진 상장을 드리자.”라고 설득하면, 적극적으로 상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츤데레상’ ‘보석상’ ‘명상’ ‘클린상’ 등 다양한 상이 등장했다. 평소에는 무섭지만 뒤에서는 우리 칭찬을 해주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 보석처럼 빛나는 선생님, 꾸지람 대신 명상을 통해 깨우침을 주던 선생님, 청소를 강조하는 선생님 등 아이들이 1년 동안 본 담임교사의 모습이 재밌는 이름으로 바뀌어 상장이 만들어 졌다. 담임 선생님들도 반대표의 이름으로 증정한 상장을 보고는 즐거워 했다.

드디어 우리 반 차례다. 내일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에게 줄 상장을 만들라고 하는 매우 낯간지러운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기대감에 부풀다가 아이들이 시큰둥하게 쳐다볼까 두렵기도 하다. 1년 동안 열심히 담임노릇을 한다고 했는데, 상장 하나 받기가 이렇게 걱정스럽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그냥’ 한 일 중에 아이들에게 인상을 남긴 것이 있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작전대로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상을 많이 못 받아 봐서 상장을 꼭 받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고 수업 주제를 알린다. 아이들은 ‘밉상, 우상, 보상, 비상, 문상…’ 등 갖가지 상 이름을 만들며 재밌어한다. 한참을 열심히 만들고는 다 했다며 교탁 앞까지 나와서, “선생님 저희가 상장 읽고, 정식으로 드릴게요.” 한다. 그리고는 ‘뭘해도 잘 될 상’ 이라는 긴 이름의 상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상장 만들기 수업을 매년 꼭 해야겠다. 그러나 수업 방식은 바꿔야겠다. 교사인 나는 아이들에게 이처럼 마음을 알아주고,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해 주는 상을 준 적이 있었던가? 아이들의 한 해를 보듬어줄 상, 아이들의 앞길을 응원해 주는 상을 내가 먼저 줘야겠다. 그리고 조금 덜 부끄러운 마음으로 상장을 받고 싶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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