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 전 주인 없는 구둣방에 전기난로 켜져 있어…화재원인 조사 중
업주·직원, 건물관리인 등 조사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 적용 검토

지난 19일 사상자 91명을 낸 대구 도심 목욕탕 건물 화재는 남탕 입구 구둣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발화 지점은 확인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일 경찰과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화재는 건물 4층 목욕탕 남탕 입구에 있는 구둣방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 발생한 연기가 천장 쪽에 있는 공간을 통해 남탕 내부로 번졌다.

화재 발생 전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구둣방 안에는 전기 난로와 휴대용 가스레인지·TV 등이 있었고 전기 난로는 켜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구둣방 안 물품을 수거해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경찰 측은 “구둣방 주인은 오전에 출근해 전기 난로를 켰으며 이후 다른 곳에서 목욕탕 직원 등과 식사를 했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확인한 사고 현장 내부는 처참했다. 발화 장소로 지목된 구둣방 벽은 검게 그을려 있거나 일부가 타버려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목욕탕 안 천장에는 전선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바닥은 시커먼 물과 깨진 유리 등이 가득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목욕탕 업주, 건물관리인, 카운터 직원 등을 소환해 과실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

전날 오전 불이 날 당시 목욕탕에는 업주를 비롯해 세신사, 카운터 직원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전기시설 관리 실태와 불이 났을 때 적극적으로 구호나 진화 활동을 했는지 등도 확인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2017년 12월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도 경찰이 건물주 외에 세신사와 카운터 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함께 소방시설 관리 적정성 여부, 불법 구조변경 등 건축물 관리 문제도 살펴볼 계획이다.

현재 목욕탕 업주 등은 화재 원인을 두고 엇갈린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목욕탕에서 불이 나 남자 탈의실에 있던 이모(64)씨 등 3명이 질식 또는 전신화상으로 숨졌다.

또 88명(중상자 4명·경상자 84명)이 크게 다치거나 연기를 들이마셔 입원 중이거나 치료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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