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국 ‘독과점 심사’ 최대 과제

▲ 현대중공업

조선업 세계 1·2위 인수·합병
국내·미국·중국등 심사 거쳐야
반대 받으면 해당국 영업 차질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최종 확정된데 이어 후속절차로 다음달 산업은행과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업계에서는 이들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새출발을 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의 가장 큰 변수로는 독과점 논란이다.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회사인 관계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는 공정거래법상 사전 기업결합 심사대상이다.

지난해 5월기준 현대중공업의 자산총액은 56조1000억원 대우조선은 12조2000억원이다.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오면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 여부를 심사해 최대 120일 안에 승인, 조건부(일부 자산매각 명령)승인, 불허 가운데 판단을 내린다.

공정위 승인보다 더 큰 장벽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당국의 정책적 판단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는 전 세계 1~2위 조선업체인데다 인수·합병에 따라 통합 시장점유율(수주잔량기준)을 21.2%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돼 이에 영향을 받는 국가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경쟁당국에서 이번 인수를 독과점으로 판단할 경우 해당 국가 영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다음달 산업은행과의 본계약 체결을 앞둔 가운데 여러 과제 해결에 당면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그야말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으려면 일본과 중국 등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독과점 등을 이유로 단 하나의 국가에서만 반대해도 인수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LNG선박의 경우 합병이후 세계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서서 해당 당사국들의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최근 세계적 기업간의 기업결함 움직임이 잇달아 무산됐다. 미국정부는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4위이자 통신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모바일 반도체 1위 업체인 미국 퀄컴을 125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불허했다. 또 지난해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가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허가를 받지 못하자 공식추진 21개월만에 네덜란드 반도체 인수계획을 접었던 선례도 있다. 당장 국내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시장점유율은 70~8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 선박수주 1위를 다시 내준 중국과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에서 고전중인 일본이 자국 조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도 이러한 공정거래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절차를 인수 과정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는 어느정도 기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나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게 추진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이번 인수절차의 또 다른 과제로 꼽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발주받아 건조한 드릴 십 두척의 인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양사 노조 반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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