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생산단가 t당 1130원 수자원공사보다 배이상 비싸

재처리 과정 감안땐 가격경쟁력 없어 원전·공단 난색

기장군민도 음용 거부·협의과정서 울산 배제 반감도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하는 용수를 울산지역 공단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본보 2월19일자 3면 보도) 중인 가운데,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있어 사업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설사 가격대를 맞추더라도 울산시와 협의없는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반감이 커 정서적 갈등도 극복해야 하는 만큼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하는 용수를 인근 원자력발전소와 온산공단 등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담수화 시설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4만5000t으로, 이 중 1만t은 원전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온산공단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장에서 생산된 담수를 울산 등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가격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해수 담수의 t당 생산단가는 1130원 선으로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공업용수 판매 단가의 배 이상이다.

부산시는 담수화 시설의 생산량을 늘릴 경우 t당 단가를 1000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울산지역 공단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벌이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원전의 경우 원자로의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는 자체 설치한 취수구를 통해 바닷물을 끌어들여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용한 뒤 배출한다. 굳이 값비싼 담수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일반 공정에서 사용하는 용수 역시 담수를 공급받더라도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 해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새울본부의 경우 공업용수를 끌어와 정밀 정수처리해 ‘순수’를 사용할 정도로 물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기장에서 담수를 공급하더라도 배관 부식 등을 막기 위해 무기질 등을 제거하는 재처리 공정이 필수여서 가격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가 대부분의 담수를 공급할 계획인 온산공단 역시 가격 경쟁력 등의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산공단의 최대 공업용수 수요처 중 하나인 고려아연은 현재 수자원공사로부터 t당 469원에 공업용수를 공급받은 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정에 투입한다. 요금이 훨씬 더 비싼 담수를 공급받을 필요가 없는 구조다.

역시 다량의 공업용수를 공급받는 S-OIL은 가격은 제쳐두고라도 음용수 이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담수 공급이 불가할 전망이다. S-OIL은 수자원공사가 낙동강 및 대암댐 등에서 끌어온 공업용수를 온산정수장을 통해 제공받은 뒤 자체 정수작업을 거쳐 공업용 및 음용수로 사용한다. 공장 내에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마시는 물로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기장군민이 음용 거부한 담수를 공급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온산공단의 부정적인 정서도 높은 벽이다. 부산시와 수자원공사가 아무런 협의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데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수자원공사는 각 개별 공장을 대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협의대상으로 거론된 지역기업 공장 관계자는 “공식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재우 온산공업단지협회 상임이사는 “가격 경쟁력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부산시의 일방적 추진에 대한 지역의 반감”이라며 “소비자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부산에서 안 쓰는 물을 울산에 준다는데 어느 누가 좋아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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