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 반복적인 두통 경험

▲ 이경연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90% 이상 특별한 원인 없는 두통
간혹 뇌종양등 질환으로도 유발
반복되는 두통 성적 떨어뜨리고
우울·불안등 정신질환 위험 키워
6세 미만·가족력 없는 편두통 환자
MRI 검사로 정확한 머릿속 검사를
만성두통, 예방약 반년이상 복용을

국내 소아청소년의 상당수가 두통을 경험하지만,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년 내 반복적인 두통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3명(29.1%)으로 나타났다(미국두통학회지, 2012).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증, 스마트폰 사용 등 두통의 유발·악화 원인이 다양해지면서 머리 아픈 아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소아두통은 검사를 받더라도 정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어 ‘꾀병’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반복되는 두통은 학업 성적을 떨어뜨리고 우울·불안 등 정신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어린 시절 두통을 방치했다가 치료가 어려운 만성 두통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새 학기를 맞아 소아·청소년 두통의 특징과 관리법을 알아본다.

◇90% 이상 원인 알 수 없는 두통

‘아이들이 신경 쓸 일이 뭐가 있다고 머리가 아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아청소년에게 두통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소아청소년의 두통은 진단이 쉽지 않다. 특별한 원인 없이 두통이 나타나는 1차성 두통이 많기 때문이다.

두통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1차성 두통과 기질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2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2차 두통은 보호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뇌종양 같은 것이다.

이경연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종양 외에도 뇌수막염, 뇌염, 뇌출혈 및 뇌경색 같은 심각한 질병뿐만 아니라 축농증으로 잘 알려진 만성 부비동염 등도 두통을 불러온다. 머리와 얼굴, 목, 즉 두경부의 다양한 기질적인 문제들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두통을 겪는 소아청소년의 90% 이상이 1차 두통이다. 심각한 기질적 이상 없이 머리만 아프다는 것이다. 하지만 1차 두통이 2차 두통보다 머리가 덜 아프다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생 중 상당수에서는 만성 편두통으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자주 조퇴, 결석하거나 보건실에 누워있는 경우도 있다.

◇소아 편두통, 성인과 달리 양측성 두통

그렇다면 1차 두통은 무엇일까.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이 가장 흔한 1차 두통이다.

이 교수는 “편두통은 중등도 이상 강도의 심한 두통으로 구역, 구토, 어지럼증 등의 동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증상은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지속된다. 햇빛을 보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경우 두통이 악화될 수 있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일상 생활이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두통이 있을 땐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혼자 쉬는 것이 좋다. 실제로 심하지 않은 편두통의 경우에는 조용한 곳에서 잠을 자고 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이 발생하면 몹시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두통이 없을 때는 건강한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또 성인의 경우에는 병 이름처럼 한쪽의 일측성 두통을 호소하지만, 소아 편두통은 성인 편두통과 달리 양측성 두통인 경우가 많다. 성인보다 통증 기간이 짧으며, 가족력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긴장성 두통은 편두통보다는 두통의 강도가 약하다. 이 교수는 “구역, 구토 증상을 동반하지 않고, 햇빛이나 소음, 일상생활 등으로 인해 두통이 악화되지 않는다. 긴장성 두통 환자들은 대개 양측 머리를 조이거나 누르는 듯한 양상의 통증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만성 두통 환자, 두통 예방약 복용해야

아이들이 머리가 아파 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우선 문진을 통해 두통 양상, 가족력 등에 대해 파악한다. 언제부터 머리가 아팠는지, 머리의 어떤 부위가 어떤 양상으로 아픈지, 두통과 함께 동반되는 증상들은 없는지, 두통을 악화시키거나 호전시키는 인자들이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다.

이후 신경학적 진찰을 받게 되며, 환자에 따라 뇌 MRI, 혈액검사를 받고, 뇌수막염, 뇌염이 의심될 때는 뇌척수액 검사도 받는다.

이 교수는 “신경학적 진찰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 반드시 MRI 검사가 필요하다. 경련이 발생하거나 인격, 지적 능력에 변화가 올 때도 MRI 검사가 필요하다. 또 자신의 두통 양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의사 표현이 미숙한 6세 미만 소아의 경우, 두통 때문에 잠을 깨거나, 깨어나자마자 심해지는 두통이 있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 소아 편두통 의심 환자도 MRI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MRI는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CT 보다 머릿속을 훨씬 더 정확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선호되는 검사 방법”이라고 했다.

두통의 빈도와 강도 등을 고려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한 달에 한두번 미만으로 가끔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거나, 심하게 아플 경우에는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권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 자주 두통이 반복되는 아이들에게는 진통제 대신 다른 두통 예방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만성적인 두통 환자들의 경우에는 평소에 자주 짜증을 내는 등 성격이 예민해지고,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우울증도 동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빈번하게 두통을 호소하는 만성 두통 환자들에게는 두통이 발생한 이후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하는 것보다 머리가 아프기 전에 두통 예방약을 미리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두통 예방약으로 사용되는 약제들로는 항우울제, 항고혈압제, 항경련제 등이 있으며, 약 6개월에서 1년까지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되는데, 상당수 만성두통 환자에서 특별한 부작용 없이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