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 입성
평양~하노이 4500㎞ 열차이동 유력
‘이동집무실’ 편리·업무연속성 보장
중·베트남 지방도시 직접 볼 기회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이동수단으로 ‘전용열차’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전날 오후 평양역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도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5시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며 열차로 중국을 관통해 베트남에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직 김 위원장이 베트남까지 열차로 갈지, 아니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처럼 중국 지역에서 항공편을 갈아타고 하노이로 입성할지 확실치 않지만, 열차 완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의 베트남 방문 때 모두 평양에서 열차로 베이징까지 이동한 뒤 베이징에서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고 광저우 등에 들렀다가 하노이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의 베트남 방문 루트 대신 전용열차로 베트남에 입성한다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총 4500㎞라는 먼 길을, 60시간 이상 달리는, 자신만의 ‘열차행군’을 하는 셈이 된다. 이는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때 ‘자존심 손상’이라는 대내외 시선에 아랑곳없이 중국 항공편을 빌려 싱가포르에 입성, 실용주의를 보여줬던 것과 대조적이어서 이번 선택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의 이번 선택은 완벽한 업무 환경을 갖춰 ‘이동식 집무실’이나 다름없는 전용열차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장갑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안전성이 완벽한 데다 최첨단 통신시설과 침실, 집무실, 연회실, 회의실, 식당, 경호요원 탑승 칸까지 모든 시설을 갖춘 집무실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으로 가는 사흘 내내 전용열차에서 정상회담에 관한 업무를 불편없이 이어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열차편 선택 배경에는 베이징과 하노이 같은 중국과 베트남의 수도와 발전된 도시뿐 아니라 농촌과 지방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려는 속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김정은 위원장 역시 중국의 지방 도시와 미국과 전쟁까지 치렀지만, 관계개선으로 고속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베트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접 보고 싶었을 수 있다.

베트남은 노동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해 발전했고, 현재는 농업·광업 등 1차 산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 체계로 변해가는 중으로 여러 면에서 북한의 미래 모델로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베트남으로 가는 도중에 중국이나 베트남의 인근에서 잠시 열차를 멈추고 직접 둘러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다.

또 남북 간에 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사업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과 중국의 철도를 통한 대륙 연결에 대한 의기투합 속에 김 위원장이 먼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는 수고스러움을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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