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 ‘선물만 주는 날’보다
소상공인등에 작은 도움 주면서
적은 비용으로 나누는 문화되길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지난 ‘밸런타인 데이’에 여직원들로부터 초콜릿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가격도 만만치 않겠지만 고마움만큼 마음의 부담도 적지 않다. 3월14일은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을 하는 ‘화이트 데이’라는데 답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월 14일을 ‘포틴 데이(fourteen day)’라 칭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풍속도를 익히 알고는 있지만 교묘한 상술로 이를 부추기거나 부담이 되면서도 선물을 남발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사회적 경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념일과 선물의 개념은 축하하거나 그럴만한 일이 있을 때 또는 그 일이 있었던 날을 기억하며 축하와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니만큼 ‘그럴만한 일과 대상’을 구분하고 ‘과도한 선물’은 자제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밸런타인 데이’는 3세기경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결혼을 할 때는 황제의 허락을 받도록 하였는데 로마 가톨릭교회의 ‘밸런타인’이 이를 어기고 교회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의 결혼을 시켜준 죄로 처형을 당한 날(2월14일)에 기인한다. 후일 이 날을 축일로 정해 그를 기리면서 이 날 만큼은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해도 되는 날이 되었다는 것이다. 초콜릿 선물은 19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주로 초콜릿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1936년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광고를 시작하여 1960년 모리나가 제과의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식 밸런타인 데이’가 확산되었는데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래는 기념일의 순수한 의미는 존중하되 상술에 혹하지 말자는 사회적 지적이 힘을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의 여성단체 일각에서는 남성 중심적 문화라는 이유로 십 수 년 전부터 반대캠페인을 전개해 왔으며, 기업에서도 무분별한 선물문화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금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국내의 뜻있는 네티즌들은 2월14일의 또 다른 역사성에 근거한 기념일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1910년 이날, 중국 뤼순 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의사를 기리자는 취지이다. 기념일 지정 여부를 떠나 한국인이라면 가슴에 새겨볼 일이다.

정부 지정기념일은 2018년 기준 모두 49일인데 대부분 기념식 위주의 행사인지라 민간의 관점에서 보면 다분히 비생산적이다. 반면 민간의 기념일인 ‘삼겹살 데이(3/3)’에는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흔히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는 11월11일은 정부 지정 ‘농업인의 날’이다. 1964년에 공식 지정되었으니 ‘빼빼로 데이’보다 앞선다. 하지만 2006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래떡 데이’로 별칭하며 쌀 관련식품의 소비촉진을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반향은 여전히 미진하다.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행사를 위한 분발과 참여가 요구된다.

필자는 오래 전 ‘화이트 데이’에 호박엿을 선물하였다가 ‘엿먹임’이 아니냐는 농담을 들은 이후 인삼사탕과 양갱으로 바꾸었다. 당연히 11월11일에는 ‘빼빼로’가 아닌 가래떡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기념일은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닌 함께 나누는 문화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적은 비용으로 화합의 정을 다지는 일이니 널리 권장할 일이라 본다. 연유도 모르는 외래·왜식문화를 따르기보다는 기왕이면 우리 농수산식품을 함께 나누면 어떨까. 앞으로는 우리 농수산임업인과 우리 것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기념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