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역시 울산이다. 2월26일을 ‘수소산업의 날’로 정했다. 이날은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을 시작한 날이다. 울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필자가 12년 전 울산에 내려와 처음 맡은 직책이 RUPI 사업단장이다. 그 당시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은 곧 성숙기, 포화기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했기에 앞으로 ‘울산의 신성장동력은 무엇으로 해야 하느냐?’를 찾는 작업에 집중했다. RUPI 사업은 ‘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으로 100대 액션플랜을 도출하여 지금까지 사업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소산업과 전지산업에 관련된 것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14년 울산의 산학연 관련 전문가 300여명이 주축이 되어 한국수소산업협회를 창립하였고 그 사무국을 울산에 두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법인 협회를 서울이 아닌 지역에 둔 예는 아직도 없다.

또한 대통령이 2019년 지역경제투어의 첫 방문지로 울산을 선택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울산시청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직접 발표하기까지 했다. 울산은 수소차가 가장 많이 운행되고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울산은 수소경제 시대를 맞을 준비를 오랫동안 철저히 해왔다. 지금 수소경제 유치를 위해 많은 지자체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할 만큼 우후죽순 나서고 있지만, ‘어디가 가장 잘 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수소사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추진체계는 마땅히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정책의 효율적이며 연속적인 추진을 위한 제대로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없다. 그래서 한국수소산업진흥원(이하 수소진흥원) 설립이 매우 시급하다. 현재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 사업은 환경부에서,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은 국토부에서, 수소산업 연구개발 및 안전 분야는 산업부에서 각각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채익 의원이 발의하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소경제법이 조속히 통과되길 요청한다.

수소진흥원이 수소산업을 선도할 국가 차원의 종합지원기관으로서 할 일은 수소 관련 기업과 정부부처가 소통하는 네트워크의 중추적인 역할, 수소사회 이행 중장기 계획 수립, 수소산업 정책 지원 및 성과 분석, R&D(연구개발) 사업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수소경제 네트워크 기관으로서 정보체계 구축 등이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소진흥원이 들어설 곳은 당연히 수소산업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는 울산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 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관련 핵심기관들이 들어선 에너지 혁신도시도 울산 중구에 있다. 또한 UNIST, 울산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핵심 연구기관도 울산에 이미 포진해 있다.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대한민국 혁신성장 삼박자는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다. 또한 울산의 혁신성장 삼박자는 해상풍력, 북방경제, 그리고 에너지허브 구축, 그 중에서도 수소경제다. 공통분모는 수소경제다. 수소사회로 향하는 같은 배를 탄 셈이다. 순조로운 운항을 위해선 맞손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과 울산의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절대 필요하다. 하나는 ‘방향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속도 조절’이다. 이 두 개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소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단계라 당연히 누구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그러기에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하도 빨라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울산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성공합니다.” 대통령이 울산에 내려와 다짐한 이 이야기가 실현되기 위해선 중앙정부는 물론 울산시민들도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 울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업화 경험이 풍부하다.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면 안 될 일이 없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수소경제는 울산이 이끌어 나가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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