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가난했던 시절이라 먹는 일이 삶에서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어르신을 만나면 가장 먼저 했던 인사말이 “식사하셨습니까?”였다. 아직도 이러한 인사말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다. 예전 ‘식사’는 말 그대로 밥은 먹고 지내고 있느냐는 뜻으로 집에 쌀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지를 물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의 주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당연 쌀이라 대답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70년대에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36.4kg으로 국민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쌀 소비량도 매년 감소를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양곡소비량조사 자료에 의하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8년 61.0kg으로 2017년 61.8kg보다 0.8kg 감소하였다.

이를 최근 10년간(2008~2017) 1인당 쌀 소비 감소율 1.79%와 대비해 보면 감소율 자체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의 쌀 소비를 보면 국민 1명이 하루에 밥을 두 공기도 먹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쌀 소비 감소의 주된 요인은 전통 한식의 식사준비에 대한 번거로움으로 인해 빵, 시리얼, 라면 등 대체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쌀의 의존도 감소와 식습관 변화를 들 수 있다.

또한 밥을 대신할 다양한 식품의 등장으로‘굳이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증가하고 있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 증가로 아침밥을 거르거나 인스턴트로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쌀 소비 감소는 쌀 생산에 대한 유인을 축소시켜 결국 생산기반 약화로 이어지면서 곡물자급률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곡물자급률 하락은 밀 등 타 곡물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식량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식량위기 대처능력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쌀을 제외하면 5%도 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볼 때 벼농사에 대한 지속적 유인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아침을 거르거나 밥을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활정보는 오히려 서구화된 식습관을 부추겨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건강에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통 백미 중심의 쌀소비 관점에서 벗어나 가공밥 시장의 활성화도 도모해야 한다. 1인가구의 증가에 맞추어 혼밥족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형 제품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 및 농업관련 기관에서는 로컬푸드(Local Food)운동 등 녹색식생활 운동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쌀에 대한 중요성과 공익적, 경제적 가치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쌀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 쌀 소비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 쌀 소비가 더 이상 감소되지 않도록 적극 참여하였으면 한다.

이정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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