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열풍에 성급한 편승
정작 중요한 콘텐츠는 놓쳐
울산도 깊이있는 고민 필요

▲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악기) 곡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작곡가의 삶의 아픔과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이 만들어낸 명곡이라 하겠다. 설사 이 곡의 제목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없어 ‘알함브라 궁전’이 어디인지, 이 곡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것이 공부였던 그 시절에도 어느 젊은이에게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게 만들었던 곡이다.

작년 12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우리에게 드라마로 다가왔다. 딸을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만들고 싶어하는 기타리스트 아버지는 많지 않은 재산을 정리하여 온 가족을 데리고 그라나다로 온다. 우여곡절 속에 기타리스트의 꿈을 접고 생활해 가는 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기타나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첫 번째 편에서부터 이야기의 중심에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2016년 중반에 출시되어 갖가지 진기록과 상상을 초월하는 영상을 만들어 낸 ‘포켓몬고’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출시 전 특정 교통편의 매진으로 인하여 군인들이 귀대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도 공식적으로 상륙하여 다양한 진기록을 만들었다. 가족여행지의 변화뿐만 아니라 각 통신사 및 지자체가 그에 대응해야 하는 등 그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그에 따른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지적되었으나 이 기술이 무엇인지를 일반인들이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드라마는 AR이 학습된 이들에게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는 콘텐츠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AR하면 같이 등장하는 용어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다. VR은 오래 전부터 많은 영화들 속에 등장했다. 1992년에 상영된 론머맨(Lawnmower Man)을 시청한 관객들은 ‘설마’라는 거부감으로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것을 유치원생들도 경험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AR의 가치와 경제성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VR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하여 힘주어 강조했다. 이 두 기술의 접합점에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 기술들은 활용처를 찾아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의 원년이라는 2016년도 별 성과 없이 지나버린 듯하다.

이러는 사이에 울산도 주변에 꽤나 이 기술들을 활용하였다. 특히 역사문화답사가 이루어지는 곳에 많이 활용된 듯하다. 서울의 한 박물관에서 보았던 VR·AR 기술을 서생포왜성, 언양읍성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VR·AR로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안내 문구도 없이 실제로는 구동되지는 않는다. 원인은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구현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의 문제, 사용빈도수의 저조에 따른 예산 확보 어려움, 행정적 연계 미흡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도 따라 간다’가 아니었을까. 다른 도시나 특정 장소에 구현된 VR·AR을 별 여과없이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닌지 작은 노파심이 든다. 안방에서 공룡이 걷고 있는 책을 보고 수족관에 들어가 총 천연색의 물고기를 보는 사람들은 안방에서 서생포왜성을 체험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서생포왜성에서 예전 배 위로 진하를 향해 나르는 패러슈트 VR체험관이 있다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VR·AR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학성공원에서 태화강으로 슬라이딩하는 체험관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VR·AR이 그 가능성에 비해 갈피를 못 잡는 듯하다. 2019년은 5G의 원년으로 VR·AR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때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생각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그 콘텐츠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연주가 주는 것처럼. 김성열 울산과학대 교수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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