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진수 작가의 작품 ‘주변’

독립운동가 부부인
이효정·박두복 장남

‘얼음을 깨는 사람’ 주제
크로키·드로잉화 선보여

오늘부터 내달 4일까지
울산문예회관 2전시장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부부 독립운동가 후손의 그림을 전시하는 행사가 열린다.

독립운동가의 후손 박진수(81·사진) 작가가 고향 울산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는다. 27일부터 3월4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장. 기념식은 27일 오후 6시.

박진수 작가는 독립운동가 부부인 이효정((1913~2010·2006년 서훈)과 박두복(1912~?)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 울산지역 경축식에 특별초대 됐다. 그런 인연으로 오랜 세월 찾지못했던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그 자리에서 고향 울산에서의 전시회를 희망했고, 뜻있는 기관·단체들이 이를 위해 이번 개인전을 추진했다.

박 작가의 모친인 이효정은 독립운동가 집안의 딸로 민족의식이 높았다. 동덕여고보를 나와 교원, 간호부 생활을 잠깐 하였지만 공장에 취업, 노동운동을 하였다. 2006년 대한민국 정부는 93세의 이효정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돌아가시기 4년 전이다.

울산 동구가 고향인 부친 박두복은 어릴적부터 항일정신이 강했다. 그러나 곧바로 한국전쟁 초기 홀로 월북을 하는 바람에 온 가족은 좌익으로 몰려 오랜 세월 연좌제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제 치하에서 2년 간 옥살이를 한 박두복은 한때 북으로부터 남파돼 가족이 있던 울산을 방문(오좌불간첩사건)했지만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작 가족들은 그를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 박두복과 종조부 박학규는 아직 서훈을 받지 못했으나 <울산의 독립운동사>(2008)에 그들 활동이 수록돼 있다.

▲ 독립운동가의 후손 박진수(81·사진) 작가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얼음을 깨는 사람’이다. 먼 세월을 돌아 고향에서 전시를 열기까지의 과정이 얼음을 깨는 차갑고도 어려운 작업으로 함축된 것이다. 전시를 위해 새로 그린 작품 속에도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숨어있다. 그러나 화폭 곳곳에 따뜻한 햇볕도 담겨있다. 전시에서는 박진수 작가의 회화와 모친 이효정 선생의 노년과 임종을 앞두었던 때의 모습을 담은 크로키, 드로잉화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박 작가는 박수근 등 한국근현대 거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웠고 한평생 붓을 놓지않았다. 1995년 부천에서 가진 작품전을 시작으로 국립경주박물관, 경주교육문화회관, 일본 도쿄 류화랑 등에서 전시했으며 지난 해 참여연대 갤러리에서 ‘시골의 노인이 꽃을 꺽어드니 온 세계가 봄이로다’ 제하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박 작가는 “봄이 오는 길, 얼음을 깨듯 한 걸음 나가는 결기를 느낀다. 무엇보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려 상봉하는 지금이 고맙고 또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울산노동역사관 보성학교시민모임 울산민미협 울산동구문화원 등이 공동주관한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한 뒤 울산 동구청 1층 갤러리로 장소를 옮겨 3월6일부터 31일까지 또한차례 더 전시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