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근로자위원 측은 반발하고, 사용자위원은 합의 가능성 자체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한국노총의 연기 요청에 따라 발표를 미루다가 27일에야 ‘기업지불능력’을 제외한 내용으로 발표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이번 정권 대표 경제정책인 만큼, 최저임금이 국민경제에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능력을 유지하고 가족을 지속적으로 부양함으로써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생존임금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특히 저임금 청소년·아동 노동 착취를 막고 절대적 빈곤 퇴치의 ‘선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써 그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낸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는 양면성이 있다. ‘선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도 ‘선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 때가 있는데 지금 대한민국 경제에서의 최저임금이 ‘선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저소득층의 실직, 즉 ‘일자리 절벽’이다.

보통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에게 무조건 좋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적게 받는 월급이 올라간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속도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서구의 선진국과 달리 수출 대비 내수경제의 비중이 상당히 작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올려서 내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주체가 대부분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해당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비율 또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2017년 기준 한국 25.4%, 미국 6.3%, 일본 10.4%)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한국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시키겠다고 약속한 이번 정권은 2년간 최저임금을 29%올려 최저시급은 8350원에 도달했다. 또한 주휴수당(최저시급+20%), 4대보험, 퇴직금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최저 시급은 1만원을 웃돌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2019년 국민 중위소득이 170만7008원(1인가구), 290만6528원(2인가구)인 것을 감안할 때 1인 가구의 경우 최저임금(174만5150원)이 중위소득을 뛰어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최솟값은 통계적으로 평균값을 뛰어넘을 수 없다. 법으로 강제한 높은 최저임금이 국민 경제의 소득 정규분포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 전체의 소득은 GDP 총량과 연계되는데 GDP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최솟값을 강제로 올리면 최댓값이 줄거나(고소득층의 소득이 강제로 줄거나), 평균값을 유지시키기 위해 평균 이하의 값이 급격히 줄어드는 수(저임금 근로자의 대량 실업) 밖에 없다. 전자는 불가능하니 결국은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 미숙련 노동자들이 대량 실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통계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만 봐도, 1분위(하위 20%) 가구 근로소득이 1년간 무려 36.8%가 줄었다. 빈익빈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한 의도’를 가진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 정책을 정밀하게 재검토할 시점이다.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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