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입당 43일만에 과반 획득 당권 거머쥐어
내년 총선 공천 좌우…힘쏠림 현상 지속
‘박근혜 프레임’ 극복등 난제도 쌓여 있어
최고위원에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
청년최고위원 몫으로는 신보라 위원 선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임기 2년의 자유한국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는 한국당에 입당한 지 43일 만에 당권을 장악했다. 내년 4·15 총선사령탑이라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대여 전선을 어떻게 형성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신임 대표는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해 열린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서 50.0%(6만8713표)를 얻어 오세훈(31.1%·4만2653표), 김진태(18.9%·2만5924표) 후보를 압도했다.

황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 교체를 향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 문재인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정당·민생정당·미래정당으로 한국당을 담대하게 바꿔나가겠다. 혁신의 깃발을 더욱 높이 올리고,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신임 황대표는 서울(62) 출신으로 △경기고 △성균관대 법학과 △대검 공안3과장·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 서울중앙지검 2차장 △ 성남지청장 △창원지검 검사장 △부산고검장 △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 대통령 권한대행 등을 역임했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 최고위원과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했다.

▲ 27일 자유한국당 새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선출된 최고위원들과 손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김순례, 조경태, 황교안 대표, 정미경, 신보라(청년최고위원) 위원. 연합뉴스

◇황교안 체제, 전망과 과제

보수진영 잠룡으로 꾸준히 거론돼온 황 전 국무총리가 제1야당 사령탑에 등극함에 따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5 총선에 이어어 2022년 대선, 나아가 보수진영의 ‘대권 시계’도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2년의 황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총선 공천까지 좌우한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계파를 불문하고 ‘대세론’에 올라탄 황 대표에게 줄을 선 양상이어서 당분간 황 대표로의 ‘힘 쏠림’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대권 가도를 탄탄대로라고 속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대를 계기로 한국당 대권경쟁 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이는 황 대표를 향한 견제를 의미한다. 한국당 내 잠룡들의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4만2000여 득표로 2위를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대표 경선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오랜 정치적 공백을 깨고 국민적 인지도를 입증하며 건재를 과시함에 따라 차기 대권을 겨냥해 비박계 결집에 나설 수 있다.

여기다 “2022년 봄이 마지막 승부수”라며 대권 재도전을 시사한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황 대표를 정조준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황교안 저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10%대에 불과했던 당 지지율을 30% 가까이 끌어올린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 25일 지지모임인 ‘징검다리 포럼’을 발족하는등 차기를 겨냥한 숨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와 함께 보수 대통합이 현실화해 현재 잠행 중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까지 경쟁에 합류한다면 보수진영 내 대권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4월총선은 황 대표의 대권도전 성패를 가늠하는 1차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다른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구름판이 될 수 있다.

만약 황 대표가 별다른 공천 잡음없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명실상부한 보수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순탄한 대권행보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당내 통합에 실패하고 총선에서도 패배하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황 대표의 대권을 향한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대 취약점 극복여부는

황 대표 앞에 놓인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진 보수 재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당은 전례없는 참패를 당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보다 어느 정도 지지율 회복을 이뤄냈으나 여전히 ‘보수 본류 정당’으로서의 위상은 되찾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대표는 ‘박근혜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황 대표가 당권 레이스를 펼친 전대기간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또다시 탄핵 프레임’에 갇힐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여권에서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번진 것 역시 이같은 기류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장 여권 등 진보진영에서는 황 대표를 간판으로 한 한국당을 ‘도로친박당’ ‘탄핵불복당’으로 규정,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황 대표가 이 프레임을 어떻게 깨트릴지 주목된다.

또한 황 대표는 ‘5·18 망언’ 논란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문제로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고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결정을 내렸지만, 전대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 결정을 유예했다. 전대가 끝난 만큼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내에서는 이들 의원에 대한 제명은 과도하다는 주장과 당이 ‘극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황 대표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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