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당분간 답보 불가피…조기 중재역 나설 확률 높아져

▲ 문재인 대통령 중재외교 / 연합뉴스

북미정상 ‘향후 만남’ 여지 남겨…비핵화 후속 협의 시사 긍정적
트럼프 “金과 대화해 알려달라”…남북·한미정상회담 연쇄 개최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제동이 걸렸다.

회담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28일 북미 정상이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현지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담판 결렬을 선언했다.

성과 없이 끝난 이번 회담을 두고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기를 고대했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주력한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북미 정상이 일정 수준의 대북제재 완화에 합의하면 이를 발판으로 남북경협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 등에 차질이 생겼다.

비핵화의 입구 단계에서 북미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거나, 향후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의 토대를 마련해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계획 역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당분간은 북미관계에 답보 상태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회생시키는 방안을 찾는 데 다시금 주력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 가능성을 묻는 말에 “회담이 이제 끝나 당장 답변드릴 근거는 없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로 귀국하는 길에 이뤄진 한미정상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나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남북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없었으나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소득이 없었던 만큼 문 대통령을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고자 할 공산이 크다.

고비를 맞은 문 대통령의 중재역은 역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및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원하는 미국과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을 희망하는 북한의 요구 사이에서 ‘주고받기’가 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 다행스러운 대목은 성과 없이 두 정상이 회담장을 떠났음에도 북미 간에 비핵화 대화가 지속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향후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 합의를 타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적극적인 중재역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만난 장애물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문 대통령이 어떤 절차로 중재역을 수행하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 결과를 알려달라’고 한 만큼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과 먼저 접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조심스레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주목받을 이벤트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3월 말∼4월 초에 김 위원장이 답방해 회담 결과를 토대로 남북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대북제재 완화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의 서울 답방에 기대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보내 김 위원장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의 수준 등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의 설전 속에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할 때 이뤄졌던 5·26 남북정상회담처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만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게 우선인 만큼 이런 옵션 중 김 위원장의 답방은 비교적 뒷순위로 고려되고, 그만큼 미뤄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대북특사를 통해서든, 전격적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든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나면 문 대통령은 조기에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 직접 만나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것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9일 한미정상통화 당시 “하노이 회담의 결과를 문 대통령과 공유해야 하기에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26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방문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왕 즉위 시기에 맞춰 5월에 일본을 방문한다면 한국을 함께 들를 수도 있으나, 상황에 따라 한미 정상이 만나는 시기는 앞당겨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회담 결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최종 합의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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