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폐기-전면적 제재 해제’ 교환 제안 美가 거부
美, 대가로 영변폐기 넘은 ‘새로운’ 조치 요구했으나 절충점 못찾은 듯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28일 종료됐다.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소련 우전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이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베트남 하노이·27∼28일)이 결국 ‘하노이 선언’ 도출에 실패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걸음이 아쉽게도 잠시 멈춰선 모양이다. 

결국, 이번 합의문 도출 무산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 조차 아직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이블에 마주앉은 양 정상이 각자 ‘벼랑 끝 전술’로 요구 사항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상대를 압박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단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 결코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핵협상이 갖는 문제의 복잡성과 양 정상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을 고려하면 결코 ‘배제’할 수는 없었던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외교가의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회담 이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시점에 옵션이 여러 개 있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회담 결렬에 대해 “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 “제재가 쟁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 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며, 미국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많은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영변 외에도 규모가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있고,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목록 신고, 작성 등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결국 무엇보다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야 대북 제재를 ‘손질’할 수 있다는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했던 북한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혔던 북한이 이와 같은 조치의 ‘조건’으로 제재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로 요구 사항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영변 핵시설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플러스 알파’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맞섰다. 

특히 미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에 맞서 알려지지 않은 다른 ‘시설’ 등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역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사하며 “(영변보다 받을 게) 더 필요했다”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저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치도 물러섬 없이 자신의 최대치를 내세웠고, 북한의 ‘과감한’ 요구에 맞서 미국이 새로운 ‘팩트’를 내밀면서 맞선 결과 ‘현상 유지’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렬 배경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북은 모든 제재 해제를 희망했다”면서 “미국은 더 있어야 한다고 보고 합의를 못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비핵화를 빼고 거의 많은 부분에서는 (북미가) 입장이 근접했다”며 “비핵화 부분 과제가 남은 부분에서 합의가 안된 듯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미 간 실무급에서는 어느정도 조율이 이뤄져 ‘위’로 올렸으나, 결국 정상 간에 주요 비핵화 과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추동되어온 이번 정상회담의 특성상 양 정상 간 대좌에서 그동안의 실무협상 논의 결과에 얼마든지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실제로는 ‘수정’ 수준이 아니라 정상회담 자체가 실무협상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양측이 자신의 목표치를 최대한 요구하는 상황에서 합의를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정치적 결단을 하거나, 아니면 ‘딜’의 크기를 축소하는 타협이 필요한데 북미 정상 모두 이를 꺼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날 준비된 ‘합의문’이 있었다며, 단지 자신이 서명할 수가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문’은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스몰딜’이거나, 미국이 양보하는 방향의 합의문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미국의 ‘양보 가능성’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핵협상에 있어서 기준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안팎의 정황이 포착되어온 것도 이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북한에 결국 ‘항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미국 조야의 비판이 지속 제기됐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안긴 것으로 평가되는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국회 청문회 이슈가 회담 직전에 터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망설이게 했을 요소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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