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영변 만만치 않아…’핵시설 전체폐기‘ 내놓은 역사없다” 주장
美 ‘영변폐기해도 영변밖 시설 그냥두면 핵물질 계속생산’ 인식인듯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잇단 ‘계산법’ 언급은 북미 간 어느 부분에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 부상은 1일 하노이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 등 일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거래 방식,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느낌을(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담 계산법 자체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계산법인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 정말 의미를 둬야 되는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전날 밤 숙소에서 이뤄진 회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회견에서는 ‘계산법’이 북미 간 입장 차이를 비유하는 표현 정도로 비쳐졌으나, 이번 인터뷰에서는 어느 부분의 생각 차이가 회담 결렬을 가져왔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지의 가치다. 

최 부상은 인터뷰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등 두 사안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제재 완화·해제 의미)가 진행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라고 말했다. 

즉 유엔 제재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한 것인 만큼, 자신들이 오랜동안 행위를 하지 않았으니 제재도 마땅히 풀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견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이와 같은 ‘도발 없는’ 상황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한의 이와 같은 도발 중지가 북미 대화의 토대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행위 자체가 ‘불법’인 만큼, 제재는 북한이 이들 불법적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 위함이며, 포기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일반의 인식이다.

불법적 행위를 통한 이득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궤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부상은 “유엔이 전혀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걸 넘어서 폐기까지 해야 된다고 억지 주장으로 너무 나가고”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자체는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수정·해제의 조건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두번째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평가다. 

최 부상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 게 만만찮은 것”이라며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협상에) 내놓은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최 부상의 이런 언급을 보면 이번에 북한은 기본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폐기 조치를 염두에 두고 협상 테이블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5메가와트 원자로와 플루토늄(Pu) 재처리시설·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포함하는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꼽힌다.

영변 핵시설의 전체 폐기가 지금껏 합의되거나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1980년∼1990년대 영변 핵시설이 가동된 이후 30년 가량의 세월이 흐르면서 영변 이외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거듭 드러난 상황에, 영변 핵시설만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신뢰하려면 영변 뿐만이 아닌 다른 ‘비밀’ 시설에 대한 적극적 조치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α’를 거론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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