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 뒤 첫 공개석상…환영식 굳은 표정 점차 풀려
만찬선 베트남 주석과 환히 웃으며 손 ‘번쩍’…“양국 친선, 고귀한 유산”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충격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정은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베트남 정부는 1일 오후 공식친선방문을 시작한 김 위원장을 위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주석궁 앞에서 성대한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인공기와 베트남 금성홍기를 단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이 이날 오후 3시 30분 하노이 바딘광장에 있는 베트남 주석궁에 도착했다.

어린이 수십 명이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가운데 차 문이 열리고 김 위원장이 내렸다. 

김 위원장은 기다리던 쫑 주석과 포옹하고 악수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쫑 주석은 밝은 얼굴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 행사가 처음이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 나란히 걸으며 베트남 의장대를 사열했는데, 손을 아래로 내려뜨려 힘이 없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의장대를 향해 김 위원장이 간단히 목례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어 양 정상은 의장대의 분열도 받는 등 성대한 환영행사가 이어졌다. 의장대는 대오를 맞춰 사열대 앞으로 행진하면서 ‘우로 봐’ 경례를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행사장에 도열한 베트남 측 인사들과 악수하면서는 예의 환한 미소를 되찾기도 했다. 또 환영나온 어린이들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모습으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베트남 방문에 김 위원장을 수행한 김영철·리수용·오수용·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김성남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 북측 고위인사들도 행사장에 총출동해 쫑 주석과 인사를 나눴다. 노 인민무력상은 군 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주석궁 계단과 앞마당에 레드카펫을 깔고 상당한 규모의 의장대와 군악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형식은 ‘공식친선방문’이지만, 55년 만에 자국을 찾은 북한 최고지도자를 국빈급으로 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최고지도부와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김 위원장의 표정도 긴장을 털어낸 듯 한결 밝아지는 모습이었다.

환영행사 후 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났는데, 조부 김일성 주석이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는 흑백 사진을 함께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 공개됐다.

베트남 측이 하노이 시내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는 김 위원장과 쫑 주석이 건배 후 악수를 나눈 뒤 환하게 웃으며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사회주의 우호국’ 간 친선관계를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호지명 동지(호찌민 주석)의 영전에 경의”를 표한다며 북한과 베트남의 친선관계를 “격변하는 세계 정치정세 하의 고귀한 유산”이라고 치켜세웠다.

장장 2시간30분여의 만찬을 마친 김 위원장은 경호원과 베트남 의장대에 둘러싸인 채 전용차량 앞에 서서 쫑 주석과 한참 동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이날 만찬장에 목격된 북한 인사 가운데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 등 북미 실무협상의 주역들도 눈에 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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